Skip to main content
  • Home
  • 국내시장
  • 원·달러 환율 ‘심리적 저항선’ 1,400원 돌파, 韓 경제 체력 약화 방증

원·달러 환율 ‘심리적 저항선’ 1,400원 돌파, 韓 경제 체력 약화 방증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2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대미투자 3,500억 달러 불안
외국인 자금이탈 가속 우려
"韓 내부 취약성 노출" 지적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한 달 만에 재돌파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탄핵정국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경제 체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로, 외국인 자금 이탈과 정부 재정 리스크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신을 동시에 반영한다.

관세 협상 불투명 등 영향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5.5원 오른 1,403원에 개장했다. 이는 지난 6월 30일(1,356.4원) 대비 원달러 환율이 3.4%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이다. 정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오른 건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으로, 올 하반기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환율 상승이다. 앞선 야간 시장에서도 1,405.5원까지 치솟으며 환율 불안을 자극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과도한 대미 투자 협상 논란과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새벽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최근 일본과 합의한 대미 투자패키지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경제 규모와 외환시장 및 인프라 측면에서 일본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이 앞서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재차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 기업의 대미 직접 투자가 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실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를 성급하게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 억제가 실패할 수 있다"며 긴축적 발언을 이어가자 달러 가치가 오히려 상승했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와 독일 기업심리 위축이 겹치며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쏠렸다.

다음 유의미한 상단은 1,420원, 韓 경제 부정적 압력 예상

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함에 따라 다음 유의미한 상단으로 1,420원을 제시하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공개한 환율 상승 관련 코멘트 보고서에서 "대내외 원화 약세 압력이 중첩되고 있다"며 "심리적 저항이 컸던 1,400원 빅피겨가 돌파된 만큼 다음 유의미한 상단은 1,420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하반기 적정 환율 추정범위로 제시했던 달러당 1,320~1,430원의 상단에 근접하면서 향후 당국 개입 경계감, 레벨 부담, 수출 업체들이 달러를 원화 환전하는 네고 물량 유입 등으로 추가 상승 속도는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최근 원화가 대내적으로는 대미투자 협상을 둘러싼 불안감, 대외적으로는 시장에 보수적 가이던스를 제공한 미국 FOMC 및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따른 강달러 압력 등으로 동시에 약세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와 함께 단기적인 환율 진정 트리거를 3가지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26일 공개되는 미국 8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월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문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함께 발표되는 소비 지표의 악화를 경고하기도 했는데, 만약 인플레이션 우려가 축소되고 경기 우려가 확대된다면 달러의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두 번째는 다음 주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월말·분기말 네고 물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내달 3일 공개되는 미국 고용보고서에서 시장이 노동시장 수요 둔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점 역시 환율 진정 트리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문 연구원은 "위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대미투자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압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총평했다.

나랏빚 이자만 연 30조, 원화 가치 불안 가중

더 큰 문제는 달러화 대비 원화가 약세로 방향을 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2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1,300억원 안팎을 순매도하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도 0.3%가량 하락하며 환율과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1,400원 선을 다시 넘어선 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경제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내부 펀더멘털이 튼튼했다면 글로벌 달러 강세에도 일정 부분 방어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외국인 자금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원화 가치를 뒷받침해 줄 만한 의미 있는 수급 유입이 부재하다"며 "적극적인 매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수입업체 결제와 해외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가 역내 수급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대규모 재정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비용(결산 기준)은 지난해 말 28조2,206억원으로 2020년 말(18조6,426억원)보다 51.4%(9조5,780억원) 급증했다. 이자 비용이 연평균 약 13%씩 불어났다는 의미다. 이 속도라면 올해 이자 비용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선다. 당정은 이미 올해 이자 상환 예산으로 약 30조원을 편성했다.

이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살림이 팍팍해지자, 국고채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 채무는 지난해 말 1,141조2,000억원으로 4년 전(819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39.3% 급증했다.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가 전체 빚의 92%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국민주택채권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등 국채와 차입금이다. 정부 총지출에서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0년 이후 총지출에서 국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대였다가 2023년 4%를 찍었고, 지난해 4.4%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당시에 정부가 대규모로 발행한 국고채 물량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물량 규모는 올해 94조원, 내년엔 98조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한 번에 원금 상환이 어렵기 때문에 새 국채를 발행해 기존 빚을 갚는다. 차환 발행 물량이 쏟아지면 국채값 하락(금리 상승)으로 정부의 이자 비용은 더 늘 수 있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2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