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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에 난항, ‘반도체 리스크’ 못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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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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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인수 가격 수정안 1조원 미만
NF3 매출 75.9% 삼성전자에 의존
여타 사업 실적 부진, 자금 융통 시급

효성화학이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들과의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다. 경영권 매각 대금을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발(發) 반도체 리스크가 산업계 전반을 휩쓴 데 이어 효성화학의 특수가수 사업부 매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1조3,000억원 수준이던 기업 가치, 1조 아래로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과 IMM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나,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컨소시엄이 인수 우협으로 선정된 지 넉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요원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효성화학과 컨소시엄의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양측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협의를 못하면 결국 협상을 접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매각 대금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최근 인수 가격 수정안을 1조원 미만으로 정해 효성화학 측에 전달했다. 올 상반기 투자설명서(IM)를 받았을 때와 비교해 시장 업황이 크게 악화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효성화학 측은 이같은 가격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또는 소수 지분(마이너리티) 투자 구조로 바꾸는 식으로 대안을 찾을지 검토 중이다.

올 7월 컨소시엄이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 우협에 선정됐을 당시 효성화학에 제시한 가격은 지분 100% 기준 1조3,000억원이다. 이후 상세 실사를 마친 지난 10월에는 1조1,75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특수가스 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5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조3,000억원의 금액은 과하다는 게 컨소시엄 측 입장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져가더라도 현금창출력의 25배를 넘는 몸값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특수가스 매각 대금 절실한 효성화학

상대적으로 급한 쪽은 재무구조에 비상이 걸린 효성화학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효성화학의 유동부채는 2조9,118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1,475억원) 대비 35.6% 늘었다. 2022년(1조7,157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불어난 규모다. 이 때문에 효성화학은 매분기 금융이자로만 6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대주단에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에 대해 더 이상 만기 연장(웨이버)이 힘들다는 신호까지 내비치고 있다.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특수가스 부문 매각 대금을 받아야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으로 여타 사업부의 실적 개선도 요원한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현재 내장필름(TAC) 사업부와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 사업부 매각을 위해 잠재 매수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및 전략적 투자자(SI)로 꼽히는 대기업들은 물론, 벤더사들도 효성화학 제조사업부의 경쟁력 부족을 우려해 인수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야심 차게 투자했던 베트남 현지 100% 자회사인 효성비니케미칼은 폴리프로필렌(PP)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매년 3,000억원가량의 순손실을 거듭 중이다.

이 때문에 효성화학은 지주사인 효성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이마저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효성이 전액 인수하는 조건으로 발행해야만 했다. 지난달 단행한 500억원 유상증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지주회사의 돈으로 자본 부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효성화학 측이 매각 작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전자 CAPEX 축소, 타격 불가피

컨소시엄 입장에서도 시장을 휩쓴 반도체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수가스는 반도체 업황에 민감해 기업 매각 대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 주력 상품은 삼불화질소(NF3)로, 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사용된다. 효성화학은 연산 8,000톤 규모의 NF3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 기준으로 SK스페셜티, 중국 페릭에 이어 글로벌 3위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삼성전자의 자본적지출(CAPEX) 축소와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주요 고객사인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효성화학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NF3 사업 매출의 75.9%를 책임진 핵심 고객이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5.9%가 NF3에서 발생했는데, 이 중 4.4%를 삼성전자 매출이 차지했다. 올해 1~3월 NF3의 매출 기여도는 5.7%, 삼성전자는 3.9%에 달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컨소시엄은 예정대로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영호 IMM PE 대표는 “(효성화학 NF3 펀드 레이징은) IMM PE와 스틱의 블라인드펀드로 준비한다”며 투자자 모집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블라인드펀드는 기존 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해 두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부터 조성한 이후 적당한 투자 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선모집·후투자 방식이다. 대략적인 자금 운용 계획만 제시할 뿐, 상세 투자 계획은 투자자는 물론 PE도 미리 알지 못한다.

한편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 여파가 동종업계 SK스페셜티 매각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통상 비슷한 성질·유형의 거래에서는 앞선 계약의 가치 산정이 이후 거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9월 말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우협으로 선정했다. 당시 한앤코가 제시한 SK스페셜티 기업가치는 4조2,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양측은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SK㈜가 어느 정도 지분을 남길지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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