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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서비스의 통신 대역대 문제로 통신사에 대한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 사전처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들이 100점 만점에 30점대도 못 받을 만큼 심각할 정도의 투자 미비가 일어난 원인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데다, 설비 투자를 이유로 정부에게 28GHz 주파수 대역대를 회수당한 사건이 향후 28GHz 주파수 생태계를 더 활성화시킬지 아니면 더 퇴보시킬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사건의 핵심은 통신사들이 3.5GHz 대역대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면서 5G 서비스를 열심히 홍보한 반면 28GHz는 투자를 거의 안 했다는 점이다. 주파수 대역대가 높은 만큼, 좁은 도시 공간에서는 회절 현상이 많이 일어나 기지국을 훨씬 더 많이 설치해야 했고 당장 5G 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3.5GHz 대역대의 기지국 설치에 바쁜 통신사들에게 28GHz 기지국 설치는 언감생심이었다. 심지어 28GHz를 지원하는 전자기기가 널리 보급된 상황도 아니기에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굳이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무려 15,000개의 기지국을 설치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터무니없는 요구라며 눈치껏 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중이다. 주파수 할당 취소 조건에 '장비 구축이 의무 수량 대비 10% 미만'이라는 규정이 있는 만큼, 통신사들이 10.6%~12.5%까지 설비를 구축하면서 이른바 최소 할당량은 채웠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전자기기가 보급돼 있어 더 늦기 전에 서둘러 28GHz 기지국을 널리 설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의 최소 요건까지 맞췄는데 정성평가가 포함된 100점 만점 기준 30점 미만이라는 이유로 할당 취소까지 이어졌으니 통신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볼멘소리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나간 정책, 결국 부담은 민간이 져라?
28GHz를 지금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향후 1~2년 안에 빠르게 기기가 보급될 상황도 아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아이폰을 공급하는 애플을 제외하고는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28GHz가 개통된다고 해도 지금까지 제공되던 서비스가 혁신적으로 바뀔 상황도 아니다. 이래저래 '실효성'이 없는 서비스를 무리하게 갖추라고 정부가 압박을 넣었으니 인센티브가 전혀 없었던 통신사들이 눈치껏 최소 요건만 맞춘 것이다.
최소 요건만 맞추는 사업자들의 행태에 정부가 불만을 품고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 전에, 시장 상황에 적합한 요구조건이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통신사들은 이미 전자기기가 공급된 3.5GHz 대역대에는 경쟁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하고 자사 서비스가 가장 빠른 5G 통신을 제공하고 있다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선점 효과와 더불어 가입자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민간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없는 28GHz에도 같은 요건을 갖추라는 것이 과연 시장 상황을 이해한 적절한 선택일까?
언젠가 28GHz가 대세인 시대가 오겠지만,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나간 정책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민간을 압박하고 재무적인 부담을 민간이 지게 할 것이 맞을까? 심지어 글로벌 금융경색이 온 탓에 세계 각국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인건비, 설비비를 축소하려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부는 이상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현실주의자여야 한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취소 사건이 정부 관계자 몇몇, 좀 더 정확하게는 당시 계획을 입안했던 관계자 팀의 무리한 욕심과 시장에 대한 무지가 낳은 파국이라고 진단한다. 당장 3.5GHz 설치에 급급할 통신사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3-4년, 혹은 5-6년 후에 필요한 설비를 당장 급하게 갖춰야 한다는 계획안을 그대로 강행한 것 자체가 현실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부 공무원들은 민간에서 요청이 있을 때, 특히 해당 안건 이해관계자의 요청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묵살한다.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합리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안에 대해 정부 공무원들이 전문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초청하는 '교수', '연구원'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마저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들만큼 전문가가 아닌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즉 비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의 사업을 방해하는 선택을 공무원들이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취소 사건이 정확하게 여기에 해당한다. 고집은 공무원이 부렸고 피해는 통신사만 봤다. 취소된 KT와 LGU+는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SK텔레콤은 내년 5월까지 추가 설비에 투자금을 대규모로 써야 한다. SK텔레콤도 속내는 차라리 취소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28GHz는 당분간 쓰지 않을 대역대다. 언젠가 쓰임새가 많아졌을 때 그때 다시 입찰에 참여해서 정부에서 불하받으면 된다.
담당 공무원이 이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과 실제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했었다면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지만, 3.5GHz 기지국 숫자만 봐도 무리한 약속을 조건으로 내건 누군가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못 알아볼 정책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외부 비관계자들에게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한 이미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5G'를 '파이브-쥐'라고 읽지 않고 '오-지'라고 읽었다고 커뮤니티에서 놀림이 돌던 것과 유사한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괜히 무리하게 취소해놓고 다시 인가를 해주는 모양새가 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부디 담당 공무원들이 현실을 깨닫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