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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지원, 법률 개정은 물론 외교 문제까지 아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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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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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4일 「우리나라 인도적 지원 현황과 과제: 법적 기반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의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인도적 지원 ODA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3년 인도적 지원 규모는 4,222억원으로 2019년 900억원보다 약 4배 더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을 향한 우리나라의 법적 기반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인도적 지원 관련 법률인 「해외 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인도적 지원의 정의, 기본원칙 및 활동 범위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짚는다. 2019년 정부는 「우리 정부 인도적 지원전략 비전」의 개정을 통해 인도적 지원 활동 범위의 확대, 인도적 지원-개발-평화 간 연계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는 정식적인 법률이 아니다. 이에 보고서는 향후 인도적 지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효율적인 실행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법률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진=유엔기후변화협약

재해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인도적 지원’

인도적 지원이란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도주의 원칙에서 따라 공공·민간 부문에서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을 일컫는다. UN은 인도적 지원을 ‘생명을 구조하고 고통을 경감하는 데 그 목표를 두며 자연재해와 인위적인 재해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지원’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도 UN의 정의를 따라 지원을 이끌고 있다.

국제사회는 UN 총회에서 인도적 지원 4대 원칙으로 인류애(Humanity), 중립(Neutrality), 공평(Impartiality), 독립(Independence)을 합의했다. 인류애란 모든 개인은 존엄 적 삶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다른 이들에 대해 고통을 경감시키고 생명을 구하는 조치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공평은 차별 없이 필요에 기반을 두어 행동하는 것을 뜻하고 중립은 한편에 치우침 없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독립은 정치·경제 및 군사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도적 지원의 역사는 OECD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개발원조위원회) 다른 회원국에 비하여 오래지 않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4년 동남아 지진해일에 대한 구호 활동을 계기로 체계적인 해외재난구호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2007년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현재까지 이 법을 근거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의 조직 및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도적 지원 ODA 규모 급증, 명확한 법률 개정 요구돼

코로나19 등 세계적으로 위기가 심화하며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ODA의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의 합계를 살펴보면 2017년 900억원에서 2022년 3,163억원으로 최근 5년간 3.5배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사이 외교부의 인도적 지원 ODA 예산도 2021년 1,240억원에서 2022년 2,366억원으로 90.7%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인도적 지원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해외 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은 구체적으로 목적, 정의, 기본원칙으로 나뉜다. 제1조에서 해외재난 발생 시 해외재난 지역에서의 신속한 인명 구조와 재난구호에 기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ODA 관련 법률인 「국제개발 협력기본법」, 「한국국제협력단법」에서도 인도적 지원의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3조는 우리나라 국제개발 협력의 기본정신 및 목표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기본정신이란 ‘인도주의의 실현’을 뜻한다. 이에 개발 도상국의 빈곤 감소 및 제도 개선, 범지구적 문제 해결 등을 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 단법」 제1조는 ‘인도주의의 실현’을 그 설립목적에서 언급하고 있으며 제7조에서도 재난구호 등 인도적 지원사업을 국제협력단의 사업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우리나라 인도적 지원 현황과 과제: 법적 기반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인도적 지원 규모가 증가한 것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부응하는 법 제도의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OECD DAC 동료검토보고서(Peer Review)는 우리나라에 대해 ‘인도적 지원의 변화하는 성격을 반영하고 인도적 지원·평화유지 노력 및 개발 협력이 일관되고 상호 보완이 되도록 관련 법률의 적용 범위를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사회는 인도적 지원을 자연 재난뿐만 아니라 인적 재난 등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반면 우리나라 「해외 긴급구호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해외재난’을 천재지변·대형사고 그 밖의 재해 또는 사고로 인한 대규모 피해로 산정하고 있다. 즉 인적 재난, 분쟁 등 복합적 재난을 제외하는 제한적 정의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우리 정부 인도적 지원전략 비전」의 개정안에서 보건 위기 및 분쟁 등 인재로 인한 인도적 위기 역시 동법 제2조의 해외재난의 정의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대하여 해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제2조에 대한 확대해석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법률 개정도 중요하지만, 외교적 이슈까지 포괄해야

자연재해와 관련된 지원은 외교적 논란이 생길 여지가 적기에, 보다 원활한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와 관련해 50만 달러(약 6억7,000만원) 규모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제사회에서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슈는 논점을 달리해야 한다. 지원의 의도가 선하다고 하더라도 외교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미국 내 부족해진 155㎜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 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에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구경 155㎜ 포탄 10만 발을 사들인 뒤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탄의 최종 사용자가 미군인지, 우크라이나군인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며 양측은 실탄이 바닥난 상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온 미국은 자국 내 여력이 부족해지자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함께 ‘자유와 연대’를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이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운 입장인 한편 현실적으로 러시아의 반발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 주장도 타당하지만, 지원 문제는 단순히 법률에 의거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 문제는 물론 외교적 이슈까지 포괄하는 합리적인 원칙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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