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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쟁점 예산 부수 법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자고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며 해당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에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법인세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
법인세에 대한 여야 양당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등 투자 유치에 있어 한국이 겪는 구조적 불리함을 해소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초부자감세’를 통해 0.01%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월급 줄 거 다 주고, 투자 다 하고, 세액 공제 다 하고, 남는 3000억원 이상의 이익에 25% 세금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OECD 평균인 21.5%보다는 높다. 그러나 실효세율까지 따지면 국가 간 단순 비교는 어렵다. 실제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마저 “"대기업 감세라고 하는데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세액공제로 실제 최저세율에 가까운 18%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20%로 낮춘다고 해서 재벌 혜택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서 ‘부자는 무조건 나쁜 것’이고, 조금이라도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초부자로 규정하는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국민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주 원내대표를 위시로 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이나, ‘초부자감세’를 지적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둘 다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2021년 기준 귀속 법인세 대상 법인 수는 90만6325개인데, 그 중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인 30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은 103개에 그친다. 전체 법인세 신고 법인의 0.01%에 해당하는 초대기업으로 103개 기업의 소득금액은 전체의 32.1%인 120조2743억원, 총 부담세액은 전체의 41.0%인 24조7186억원이다. 최고세율 인하의 혜택이 상위 0.01% 초대기업에 집중된다는 민주당의 설명은 나름 타당한 셈이다.
다만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절반 정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의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이 5.7%포인트 늘어나고, 고용은 3.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9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기업체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67.0%, '반대한다'는 대답은 33.0%로 조사됐다. 기업체 규모로는 중소기업(51.4%), 중견기업(71.8%), 대기업(83.3%) 순으로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다만 당장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33%에 그쳤다. 낙수효과가 발생하긴 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집중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주장이다.
법인세 이슈에서 민주당이 이념을 앞세우는 이유
사실 법인세율 인하의 큰 문제점은 적어지는 세수의 보충 문제다. 다른 영역에서 세금을 더 걷는 식으로 벌충해야 하는데 경제학적으로 증세는 납세자들의 절세 시도를 늘리고, 그를 감시하기 위한 국가의 감시비용을 증대시킨다. 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 ‘초부자감세’라는 이념적 주장 이외에, 이러한 실증적인 근거를 대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념적인 차원의 정치적 주장을 앞세우는 데에는, 법인세 인하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한몫한다. 지난 9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낸 ‘법인세 인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57.2%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라는 이른바 ‘부자감세론’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3%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에 대해서도 국민의 61.9%가 비공감한다고 응답했다. 보통의 국민 여론이 법인세 이하에 부정적이기에, 그를 충실히 따라가는 취지의 주장을 민주당이 접지 않는 것이다.
다만, 법인세 인하 문제가 유권자들의 실제 표심을 자극할 만큼 화제가 되는 이슈에 해당할까에는 의문부호가 크게 붙는다. 어차피 법인세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있어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법인세 이슈에 매몰되는 것은 최선의 수가 아닐 수 있다. 차라리 여당과의 협상에 응하고, 한발 양보한 다음 소위 ‘민생 예산’ 통과에 전념하는 것이 국민 입장에선 합리적인 방향성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