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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해 전국이 마비되며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제기되었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해 플랫폼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왜곡, 플랫폼-입점업체 간 갑을 문제, 소비자 피해 이슈 등을 중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독과점 심사지침 발의, 관련 법제화 검토
지난 10월 발생했던 당시 SK C&C 판교 카카오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능이 소위 ‘먹통’ 되었으며 일주일 동안 복구작업을 진행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위법성을 심사할 때 적용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안건에 올렸으며,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제화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이달 출범시켰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독과점 남용 방지를 위해 현행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추가 법제화가 필요한지 살피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입법례도 참고할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공정거래법에 있는 독과점 규제 내용을 플랫폼 경제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멀티호밍’(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또한 정부는 내년 초까지 플랫폼 기업 대상 ‘기업결합 심사기준’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무분별하게 덩치를 키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현행법상 인수합병 전에 합병 대상 회사 중 한쪽의 자산 혹은 매출이 3,000억원 이상, 다른 한쪽의 자산 혹은 매출이 300억원 이상일 때만 결합심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플랫폼 기업은 스타트업 수준의 소규모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인수합병 시 심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지침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불공정 거래행위’ 등의 가이드라인인 만큼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원칙과 어긋난 것 아니냐며 이견을 냈다.
하지만 공정위는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한 대응과 자율규제는 별개"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역시 카카오 사태 이후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주문하면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가 현재 위치에 오기까지 창의와 혁신이 있었다는 점을 존중하지만, 경쟁 압력이 부족하면 독과점적 위치에 오른 사업자가 혁신에 대한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독과점 기업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면 경쟁 압력이 높아져 혁신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독과점 기업에 제재 가할 입법 진행 “소비자 보호, 시장 공정성 유지”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안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규제안을 법에 명시하지 않고 내부 지침으로만 정해두면 실질적인 효과가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법률관계자는 “기업의 독점 여부를 규제하려면 법을 통해 정량적인 기준을 정해두고 공정위의 지침에 대한 위반판결을 받아내야 하지만 현재는 관련된 법률이 없어 다소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플랫폼 독점을 제한하는 입법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체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지난 6일 발간된 국회도서관의 출판물에는 ‘영국의 디지털 시장경쟁과 소비자법(안)’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디지털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 5월 ‘디지털시장 경쟁과 소비자법(안)(Digital Markets, Competition and Consumer Bill, 이하 DMCC)’의 핵심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국왕의 재가를 받아 빠르면 내년 10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DMCC 핵심내용에 따르면 영국은 디지털 시장에 대한 독점규제 전담기관으로 디지털 시장국(Digital Market Unit)을 설치하고 전략적 시장 지위(Strategic Market Status)에 있는 기업을 지정해 이들이 준수할 행동기준을 법률에 명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소비자 보호 및 권익 증진 ▲자유시장경제에 따른 경쟁법체계 개편 ▲소비자 중심 경쟁법체계 마련 ▲소수 IT 기업의 시장지배력 규제 등의 목적을 띠는 가짜뉴스 방지, 스타트업들의 사업기회 확대, 거대 IT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한 조건 제공 등의 실익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내년 4월부터 플랫폼 이용자 수를 중심으로 규제 기업을 정하고, 각종 의무를 지우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발효할 계획이며, 미국 역시 지난해 6월 발의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법적으로 제재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공정한 시장경쟁, 더 나은 혁신과 발전 위해 시민의식 깨어나야
우리나라 역시 공정위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입법 제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 역시 공정위 지침을 넘어 입법을 통한 규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열린 문화연대 플랫폼 독점 토론회에서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과 더불어 (시민들의) 의식 세계에 걸쳐 독점 폐해가 크다면 플랫폼 독점규제법안을 통합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영국 법안을 소개한 이명우 국회도서관장도 “우리나라도 디지털 시장의 독과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국의 법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다양한 시도가 현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플랫폼 독과점 부작용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제재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주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더해 시민들 역시 독과점 기업에 대해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디지털 시장경제를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