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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30일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을 발간했다.
촉법소년과 관련된 논의는 현재 뜨거운 감자다. 지난 10월 법무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만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형사책임연령 하향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에 학계 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찬반이 나뉘었다. 찬성 측은 소년들의 정신적·신체적 성숙도 변화 또는 13세부터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교육구조 등을 근거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정신적 성숙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관련 통계의 부재 및 소년사법의 취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촉법소년이란?
죄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독일의 형법학자 프란츠 폰 리스트는 “처벌해야 할 것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자다”라는 말을 남겼다. 범죄에 대한 응보만을 형벌의 목적으로 삼던 고전적 법철학을 비판하며, 교정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형벌은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하지 않도록 위해서 존재’한다. 즉, 형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곧 ‘죄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는 질문에 있어 사람에게 손을 들어준다.
촉법소년 또한 죄가 아닌 사람의 편에 서고자 1985년 제정된 법이다. 촉법소년이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으나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만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뜻한다. 해당 법에 따라 만14세 이하의 아동·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심각한 형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범죄가 화제가 되며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거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 중 촉법소년의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법무부 역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법안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형법과 소년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 예정이 밝혀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의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 방침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표명해왔다. 소년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고, 국제 인권 및 유엔아동권리협약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소년범죄 예방을 위해선 엄벌보다 교정·교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소년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교화·교정시설을 확충하고 임시조치 및 교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주장 검토… 근거가 타당한가?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에 대한 법무부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촉법소년 범죄 증가, 소년범죄의 흉포화, 소년의 신체적 성숙도 및 사회환경 변화가 그것이다.
법무부는 전체 소년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범죄 건수가 2017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을 살펴보면 그 증가세는 법무부의 주장만큼 가파르지 않다. 오히려 2016년까지 감소 추세였다가 그 이후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그 수치 또한 2012년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하며 등교 제한과 같은 변수가 있었다. 이러한 사회변화가 학교사회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즉,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가 미비한 것이다. ‘증가 현상에 대한 엄벌’을 들이밀기 이전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증가 여부,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과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년범죄의 흉포화도 그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 법무부가 소년범죄 흉포화의 근거로 들고 있는 강력범죄 비율의 지속적 증가추세 자료는 만14세 이상부터 만19세 미만자, 즉 범죄소년의 강력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만10세 이상 만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의한 행위가 아닌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소년에게는 형사 책임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미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소년들의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리적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또 법무부는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소년이 신체적으로 성숙하고, 민법상의 성년연령과 공직선거법상의 피선거권·선거권 연령 하향과 같은 사회환경이 변화했음을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의 근거로 들고 있다.
최근 소년의 신체적 발육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성숙이 곧 사물변별능력이나 행동통제능력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성숙도 변화를 근거로 하려면 형사 책임을 위한 성숙도 평가 기준과 소년의 기본적 특징 변화에 관한 연구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아가 민법 또는 공직선거법상에서 20세에서 19세로, 또는 25세에서 18세로 연령을 낮춘 것은 해당 연령자가 놓인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여 규정한 것이다. 해당 법들의 연령 하한이 ‘13세 소년이 형사 책임을 질만큼 성숙해졌는가’의 문제와 연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고 제안한 데는 불가피한 사회적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지난 70년간 촉법소년을 보호하는 기조를 견지해 연령 상한 기준을 14세로 유지했지만, 현재 13세,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범죄 가담률이 늘어나고 있는 객관적 지표를 부정할 수 없다”며 “그 이유로 아이들이 과거보다 생물학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촉법소년 제도가 악용되는 사건들이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특히 성인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해 어린 청소년들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를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성인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촉법소년 연령이 만13세로 하향될지언정 법의 맹점이 있는 한 성인들은 계속해서 법을 악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령 하한을 앞세우기보다, 소년법의 취약점을 보강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촉법소년’,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의 처벌 높은 수준
2019년 유엔아동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형사 책임 연령 기준인 14세는 가장 일반적인 형사 책임 최저연령이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형사미성년자인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해 사회봉사명령을 제외한 모든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소년원 송치라는 구금처분 역시 10세부터 부과할 수 있다.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 일본의 촉법소년법은 소년원 송치처분에 있어 우리나라 소년법과 차이를 보인다. 우리와 형사 책임 연령은 14세로 동일하지만, 소년원 송치처분은 대략 12세부터 가능하다. 일본의 소년원 송치 가능연령은 소년범죄의 엄벌화 정책에 의하여 한 차례 낮춰진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비해 송치 가능연령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미뤄볼 때, 우리나라 소년법이 가볍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형사 책임 연령을 14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4세 미만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상의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년법상의 보호처분도 부과하지 않는다. 아울러 형사 책임 능력이 인정되는 14세 이상 18세 미만 소년에 대해서는 형법이 아니라 소년법만이 적용된다.
이렇듯 만14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주지 않는 독일이나 12세 이상부터 구금처분을 부과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10세부터 소년원 송치라는 구금처분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보호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행 제재수준이 엄격하지 않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이 먼저인가, 죄가 먼저인가?
앞서 언급했듯, 촉법소년법은 범죄자의 재사회화에 초점을 두고 제정되었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한 과정에 촉법소년법의 제정 원인인 ‘죄와 사람’ 간의 간극을 향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
물론 적절한 처벌은 죄를 인식시키는 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은 실질적인 방안이 아니다. 공포를 일으켜 청소년 범죄율을 줄이자는 주장은 20세기 반인권적 교육 정서와 일맥상통할 뿐이다. 강력한 처벌과 폭력을 감수하는 방안은 사회 시스템이 모조리 붕괴되었을 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안보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강력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하는 필리핀에 ‘공포 정치’를 행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범죄의 해악성을 충분히 설파할 수 있는 역량과 자금을 지니고 있다. 교육부에 편성된 예산은 2021년 약 76조원, 2022년 약 89조원, 2023년 약 101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2021년 이후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전면 실시되며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기까지 학교에서 논의되는 범죄 및 도덕성 관련 수업을 보다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청소년에게 공포에 의한 계도를 우선적으로 들이미는 것은 과도한 처사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보다 집중하여 범죄자의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만14세 이상의 범죄자도 교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만을 위한 선도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하는 등, 더 많은 청소년의 행동을 교화할 수 있는 대안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형사처벌을 통한 응보만을 강조한다면, 불이익의 강도가 높을수록 좋다는 엄벌주의와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건설적인 사회는 건설적인 일원으로부터 출발한다. 건설적인 일원은 무조건적인 처벌과 배제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사회가 제공하는 적확한 행동교정과 올바른 교육 아래에서 태어난다. 지금의 아동·청소년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주요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어른이 아닌 아동·청소년의 범죄 처벌수준을 논의할 때에는 ‘행위’와 ‘행위자’를 구분하는 시선을 더욱 섬세하게 갖춰야 한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기 이전에, 정부는 청소년의 정서 치료 및 선도 프로그램 강화 등 실질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교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에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