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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이 지난 29일 「임금 투명성 관련 미국 입법례」를 소개한 『최신외국입법정보』를 발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이며,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는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5.1%로 가장 높았다. 퇴사를 단행하는 구직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소중한 인재를 확보하고자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직원의 잦은 퇴사와 이직은 상당한 비용 손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원인을 해결할 단초는 바로 임금 투명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구인자가 채용광고 시 임금 수준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에 우리나라 구직자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회사의 임금 수준을 알지 못한 채 입사를 지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미국 뉴욕시는 지난 11월부터 채용광고에 해당 채용 직급의 임금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임금 투명성과 관련된 행정규칙을 시행한 것이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모든 채용광고에 직책별 임금 및 임금의 범위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입법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의 이직률 감소를 위해 논의해야 할 사항을 점검해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임금 투명성이란?
임금 투명성이란 임금에 대한 기업의 정보 전달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뜻한다. 기업은 임금 관련 정보를 구직자에게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급여 시스템부터, 실제 임금 수준 및 범위처럼 임금 책정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임금 투명성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성별, 인종 등 차별로 인한 임금 격차를 해소할 뿐더러,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의 참여도와 신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 구직자들은 차별에 비교적 민감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에 임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을 공개하는 회사는 신뢰와 공정의 이미지로 인식되게 되고, 이는 곧 신규 입사자들의 높은 충성도와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 급여 관리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 ‘페이스 케일’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급여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젊은 근로자들이 6개월 안에 떠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임금 투명성은 양질의 젊은 인재를 유치하는 장치로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해외의 임금 투명성 사례, 차별 줄이고 공정성 높인다
미국은 임금 투명성과 관련된 법안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실제 미국의 임금 격차는 두드러지는 편이다. 정규직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83%밖에 미치지 못하며, 흑인 혹은 히스패닉계 여성들은 백인 여성보다 적게 번다. 장애인이나 성 소수자에 대한 임금 차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여러 주는 이러한 성별 및 여러 차별 요소로 인한 임금 격차를 문제로 인식하고, 그 폭을 줄이기 위해 임금 투명성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동일노동 동일 임금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뉴욕시는 지난 11월 ‘임금 투명성 법’ 입법을 마쳤다. 이 외에 매린랜드주, 코네티컷주, 네바다주, 로드아일랜드주 또한 채용 과정에서 임금 수준을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캘리포니아주도 지난 11월 말 기업의 급여 정보 고시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임금 투명성을 의무화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15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선 채용 공고에 반드시 임금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1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은 직원의 인종, 출신 민족, 성별 간 임금의 중간값 및 평균값을 주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임금 투명성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가는 미국 뿐만이 아니다. OECD 38개국 중 18개국 또한 기업이 성별 임금 격차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임금 격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 혹은 전체 임금 격차를 계산하여 근로자, 정부 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는 것 등의 과정이 여기에 포함된다.
나아가 OECD 38개국 중 9개국은 포괄적인 동일임금 감사 절차까지 시행하고 있다. 동일임금 감사의 경우 임금 격차를 계산하는 것은 물론 성별 데이터 분석까지 추가로 요구한다.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성별 임금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목적이다. 지난 2014년, 임금 투명성을 통해 성별 간의 임금 격차를 없앨 것을 권고하는 EU의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성별 임금 격차에는 무관심… 법률 제정 필요
한국 또한 성별에 따른 근로 환경 개선 데이터를 쌓는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나 임금 관련 보고는 누락되어 있는 상태다. 「남녀고용 지원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직원이 500명 이상인 기업은 직종별, 관리직 내 성별의 분포를 밝혀야 하고, 특정 부문에서 기준치 이하의 점수를 받은 기업들은 개선 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성별 간 임금 격차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성별 임금 격차에 비교적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로 및 구직 환경을 데이터로 밝혀 보고하는 것은 조직 내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한 훌륭한 장치인 것은 맞다. 그러나 임금에 대한 보고가 누락된다면 성별 임금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 해외의 사례를 따라 성별 임금 격차 등 차별을 소거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근로 환경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