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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이커머스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진출 전략 발표회를 열었다.
한국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난 2019년에 한국 사무소를 개설한 가운데, 올해는 5일 배송을 실현했다며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내세운 5일 특급 배송 소개와 함께 한국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한 타오바오 콜렉션을 소개하며, 저가 수입 패션 브랜드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배송 혁신 도전하는 해외 직구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날 5일 배송에 이어 일부 상품 및 지역에는 3일 배송도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당시 발표회 현장에서는 글로벌 1위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고 평균 4~8일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더 빠른 배송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을 배송 혁신의 시험대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논스톱으로 연결된 항공망과 쿠팡, 컬리 등이 만들어 낸 새벽배송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상품을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상품을 이동시키고, 관세청에서 수입 품목에 대한 통관 허가만 떨어지면 즉각 국내 배송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달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태다.
과거에는 현지 운송 및 국내외 통관에 2주 이상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는 '잊고 있으면 어느 날 온다'는 속설이 돌았을 만큼 배송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에 구매대행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배송비와 서비스 비교 등이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기도 했다.
배송 혁신이 바꾸게 될 한국 시장
타오바오 콜렉션을 착용한 인플루언서들의 패션쇼를 참관한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중국 '왕홍(網紅·인플루언서)'들이 동대문에서 대량으로 의류 구매를 해 갔던 덕분에 동대문 의류 업계가 성장할 수 있었으나, 중국이 가격과 배송 혁신을 무기로 거꾸로 중국 상품을 한국에 판매하려는 계획을 엿볼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단순한 의류 뿐만 아니라 각종 중국산 전자 제품들도 5일, 빠를 경우 3일 안에 배송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국내 수입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고, 생산 업체들도 연달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 2019년부터 이미 동대문 도매 시장의 상가들이 중국 광저우 시장에 밀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닥치기 전부터 공실률이 10%를 웃돌았고, 도매상들은 중국 광저우로 가서 옷을 구매하고 다시 한국에서 중국인 바이어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남겼다. 중국 바이어들이 동대문을 찾았던 이유는 가격이 비싸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자국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의 상품을 대량 구매할 경우 쏠쏠한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가 절감을 위해 국내 디자인을 포기하고 '광저우 옷'을 역수출하기 시작하자 중국인 바이어들의 발 길이 곧 끊겨버렸다.
2023년에 알리익스프레스가 직접 한국 시장 진출을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미 '광저우 옷'에 빼앗긴 동대문 시장이라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5일 배송, 빠를 경우 3일 배송이 가능한 시점이 된 만큼 이제 중간 상인조차 거치지 않고 직접 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시도하겠다는 것이 '광저우 옷' 판매 선봉에 선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들의 속내다.
동대문 상인들이 망치고 중국이 받아 가고
의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온라인 소호몰들의 물량이 중국 바이어들에 비해 매우 적은 데다,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이 심화돼 마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동대문으로 상징됐던 국내 의류업계가 중국에 가격 경쟁과 물량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과거 도매상들은 의류 사진 촬영을 철저하게 금지했지만, 이제는 본인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네이버 쇼핑몰에 올린다. 도매상과 소매상을 겸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중국에 빼앗긴 시장의 남은 파이를 놓고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디자인이 사라지고 원가 경쟁만 남은 동대문 사정을 파고든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진출, 성공할 수 있을까?
앞서 아마존은 글로벌 12개국에 진출하면서 유일하게 한국만 11번가라는 파트너를 끼고 들어왔다. 그러나 직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가격 등의 이유로 11번가보다 아마존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직구 서비스를 개설한 이베이나 11번가(아마존) 등의 매출액은 크게 늘고 있지 않은 반면, 직접 구매는 폭증하고 있다. 2019년 31억4,3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해외 직구액은 지난 2022년 47억2,500만 달러로 무려 60%에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2022년 중국 시장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직구액이 급감했던 것을 감안하면 직구가 한국 이커머스 업계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커머스 관계자들의 두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