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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최저치인 전년 대비 4.2% 상승폭을 기록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 상승했다. 3월 인상폭이었던 4.8%보다 0.6%p 하락한 수치로, 작년 2월의 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 잡히면 금리 내리나?
지난해 초부터 진행된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은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었다. 아울러 올해 들어 인플레가 빠르게 가라앉는 것도 원자재 가격 하락이 주원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특히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번 하락폭은 지난 2020년 11월의 14.9% 하락 이후 최대폭이다.
반면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 개인서비스 등의 체감 물가는 각 9.1%, 3.0%, 28.4%, 5.8% 올라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8% 인상돼 2월과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석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소비재 상품 가격도 인플레이션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격 반영에 시간이 걸리는 비탄력적인 속성(Sticky price)상 물가 안정화 추세는 최소한 1분기 이상 지연되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3.5%에서 3.75%로 인상한 후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 금융권의 연쇄 파산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로 추가 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4월부터 금리 하락을 고민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인상
지난달 말 당정 합의 아래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을 미루고 공공기관들이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짊어지는 것으로 합의가 됐으나,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28.4%의 인상폭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 폭은 가파른 상태다. 잠원동의 7층 영업용 건물에서 월세를 받고 있다는 한 건물주는 "전기 요금 명세서를 층마다 전달해주다가 깜짝 놀랐다"며 "예년에 층마다 50~70만원을 납부했는데, 올 2월 요금은 80만원 아래인 층이 한 곳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계 부담도 한층 심해졌다. 지자체들은 지난 겨울 난방 요금을 지원해주는 정책들을 내놨으나, 취약계층에만 지급된 탓에 서울 시내 아파트 거주민들의 경우 대부분 30% 이상 인상된 관리비 명세를 받아 들게 됐다. 흑석동의 84㎡ 한강변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는 한 주민은 "평소 겨울처럼 난방을 했음에도 10만원 이상 뛴 관리비 명세서에 난방비를 확인하는 소동을 벌이는 사건 있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외 변수 종속적인 물가, OPEC+ 감산 합의에 또 우려
텍사스산중질유 기준 원유가는 지난 2개월간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3일(현지 시간)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공급 물량을 일 최대 50만 배럴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4일 오전 10시 현재 다시 8% 급등했다. 지난주 러시아가 일일 생산량 50만 배럴 감축을 선언한 데 이어 사우디가 감산에 참여하면서 일일 최대 150만 배럴 감축이 결정된 상황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원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이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증가폭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왔으나, 미국 주요 은행들이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금리 인상 이외에 다른 해법으로 물가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스테그플레이션(Stagfliation·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 우려에 결국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원유 가격 상승이 촉발할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 인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아직은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