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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대립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충분한 시행 후 근본적 대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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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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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는 사상 최대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5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금융권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2018년 11월 한국판 사베인스-옥슬리(SOX)법으로 불리는 ‘新 외부감사법’이 시행됐다.

미국에서 일어난 스캔들의 산물인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엔론 사태를 계기로 2002년 제정됐다. 미국의 에너지 회사 엔론은 회계 조작, 페이퍼 컴퍼니와 같은 사기 수법을 이용해 사업 손실을 대중으로부터 숨긴 채 주식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했고, 임원과 이사진은 이러한 사기 수법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했다. 이들은 더 이상 사기 행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주식을 모두 현금화한 뒤 투자자에게 떠넘겼고, 주가는 폭락했다.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이러한 부패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의 회계 내역 보고를 더욱 엄격하게 하도록 개혁한 법이다.

신 외감법을 통해 2019년 11월 도입된 ‘감사인 지정제도’에 대해 국내 기업계·회계업계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아직 충분히 시행되지 않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5일 ‘감사인 지정제도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의 대안으로 근본적인 회계감독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계 "과도한 부담" vs 회계업계 "회계 투명성 제고"

감사인 지정제도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주기적 지정제도와 직권 지정제도로 나뉜다. 주기적 지정제도는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 동안 금융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6+3’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직권지정제도는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감사인을 지정한다.

특히 주기적 감사제도를 둘러싸고 기업계와 회계업계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업계에서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계업계에서는 회계 투명성의 제고 효과가 있다는 근거로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등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계는 주기적 지정제도는 평균 감사 시간 및 시간당 감사보수를 증가시켜 기업에게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직접 규제하는 제도로서 자유수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초기연도의 감사 실패 가능성 증대 및 감사인의 업무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 감소 등 감사의 비효율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평균 감사 시간 및 시간당 감사보수가 증가하여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주기적 지정제 자유선임기간 확대(6년→9년·12년)와 지정기간 축소(3년→1년·2년) 등 완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계업계는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후 지정기업의 감사품질이 증가하는 등 회계 투명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약 30%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시간당 감사보수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으며, 지정기업의 감사 품질이 높아지는 등 회계 투명성에 기여한 만큼 주기적 지정제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와 관련한 정책효과의 분석에 한계가 있는 데다 기업계의 주기적 지정제도 폐기 의견에 대해서는 대주주뿐만 아니라 투자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현행 유지를 주장한다.

주기적 지정제도 완화 방안 논의는 시기상조

보고서는 주기적 지정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감사인 지정제도가 모든 상장사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로 작동하는 것을 고려할 때 징벌적 회계감독수단인 직권 지정 사유는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 외감법 시행으로 직권 지정 사유에 추가된 ‘3년 연속 영업손실 등’은 직권 지정 사유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회계품질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데다 귀책도 분명하지 않은 만큼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기적 지정제도가 충분히 시행되지 않은 만큼, 완화 방안 논의는 시기상조라 판단하고 제도 유지의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금융당국이 당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를 시행할 때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지정 대상 회사를 연도별로 분산한 것을 고려했을 때 현시점에서는 정책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회계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어 감독당국이 감사 시장에 개입하는 주기적 지정제도의 폐지 논의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선진적 회계감독제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 회계감독체계는 회계·공시·조사 등이 분리돼 ‘사후적 제재 중심의 칸막이식 감독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이 상장회사의 정기·수시 보고서 및 공시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조사하는 ‘사전적 개선 중심의 통합감독방식’을 구축함으로써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독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주기적 지정제도를 충분히 시행한 뒤 그 정책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기적 지정제도를 대신할 근본적인 회계감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업무 전반에 대해 검사·조사·제재 등을 행하는 미국의 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같은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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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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