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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김포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위해 오는 26일부터 버스전용차로를 개통한다. 이에 지난 5월 8일 추가 투입한 70번 버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들 역시 당장 이용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김포시-서울시 협력해 '고촌-김포공항' 버스전용차로 개설
경기도와 김포시는 앞서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에 따른 압사 위험에 대비하고자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추진, 고촌역에서 김포공항까지의 버스전용차로 개설 등 다양한 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9일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는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오는 26일부터는 오전 7시부터 서울시가 추진한 ‘개화동로 행주대교 남단 교차로→김포공항 입구 교차로’까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2.0km 구간이 개통된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김포시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서울시와 함께 매주 실무회의를 진행해 왔으며, 서울시의 협조 아래 4월 14일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전용차로가 김포공항 입구 교차로까지 연결된 만큼 추가한 70번 노선 통행시간도 빨라져 시민들의 버스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와 김포시는 70번 버스의 출근 시간대(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 운행 횟수를 기존 9회에서 32회 추가한 41회로 늘려 배차 간격을 3~6분으로 줄였다. 나아가 버스전용차로 개통에 맞춰 고촌역 주민들을 위한 70C와 70D 2개 버스도 추가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 70C 노선은 힐스테이트리버시티2단지 정문을 기점으로 김포공항역까지, 70D 노선은 캐슬앤파밀리에3번게이트를 기점으로 김포공항역까지 출근 시간 동안 10분 간격으로 각 12회 운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2개 노선 운행 현황을 살펴본 후 필요할 경우 70E와 70F 노선을 추가하는 방안도 서울시와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이 위험투성이, 김포'골병'라인 지나친 혼잡도에 시민 피해↑
김포골드라인은 지난 2019년 9월 김포도시철도와 함께 개통된 전동열차다. 2량 23개 편성으로 총 46량을 운행 중이며, 평균 1회 운행 시간은 약 32분이다. 편도 운행은 하루 448회, 왕복 운행은 896회를 가동 중에 있다. 그러나 인구 50만의 대도시에 겨우 2량짜리 경전철뿐인 상황에서 김포골드라인은 '골병'라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애초 사업비 절감을 이유로 역사 플랫폼 자체를 2량에서 더 확장할 수 없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1년 전국 지하철 혼잡도를 조사한 결과 김포골드라인이 정원 대비 승차 인원 241%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김포골드라인 하루 평균 이용자(3월 기준)는 7만8,000여 명이며, 또 다른 ‘지옥철’로 이름난 서울 9호선의 밀집도는 1㎡당 4∼5명인데 반해 김포골드라인은 7∼8명으로 1.5배가 넘는다. 심지어 지난달 11일에는 출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에 승차한 승객 3명이 김포공항역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포골드라인 운영사인 '김포골드라인 운영'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월28일 김포골드라인 개통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열차 또는 승강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151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유형으로는 극심한 혼잡으로 인해 추정되는 ‘서 있는 채로 정신 잃음, 어지럼증, 쓰러짐, 혼잡으로 인한 부상’의 사고가 61건(40.4%)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 가장 높은 혼잡도를 자랑하는’ 김포공항역~고촌역~풍무역~사우역’에서 발생했다. 김포골드라인 관계자는 “김포공항역에서 고촌역까지 구간길이가 길어 하차까지 6분이 걸린다"며 "비교적 긴 시간 심한 압박이 가해지다 보니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던 사고 유형은 ‘에스컬레이터 전도’로 27건(17.9%)이다. ‘전동차의 급정거·급제동·열차 오작동’으로 인한 승객 부상도 6건(4%) 있었다. 김 의원은 김포골드라인에서의 사고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며 2019년 3건→2020년 19건→2021년 45건→2022년 74건까지 늘어났고, 올해 1~3월에만 22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운영사의 눈에 띄는 실질적 안전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자료로 남은 것이 이 정도이고, 김포공항역 현장에서는 하루건너 한 번씩 호흡곤란 환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출퇴근 시간대 전용차로 없는 버스 이용은 ‘도박’
한편 시민들은 이번 버스전용차로 개설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지난 1월부터 김포시 걸포동 걸포중앙공원과 김포공항역 사이를 운행하는 70번 버스를 증편했다. 대다수 시민은 버스 증편이 눈에 띄게 효과적이라며 버스를 놓쳐도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배차 간격을 줄인 것이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개선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도로 자체가 한정적이고 매우 좁아 상습 정체가 이뤄지는 탓에 버스를 이용할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시민 A씨는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도로가 두 개밖에 없어서 차량이 몰린다"며 "풍무역에서 버스를 탔는데, 지하철을 타면 10분 조금 넘게 걸리는 구간을 버스로는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풍무역에서 70번 버스를 탄 뒤 김포공항까지 40분이 넘게 걸렸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두 역은 막히지 않으면 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와의 합작으로 개통된 고촌-김포공항 버스전용차로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버스전용차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률 완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부실한 예측과 계획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김포골드라인'과 같은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