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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가 2020년부터 실시해 온 최저임금위의 '연구용역'은 최저임금 관련 통계, 조사 등 자료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 변경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최저임금위 3차 회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결정 방식 논란에 빠르게 선을 그은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노사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위의 부담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상당수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8.6%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중기회가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16일까지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1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의견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인상되는 경우의 대응 방법'으로 신규 채용 축소(60.8%)와 기존인력 감원(7.8%)을 꼽았다. 중소기업의 70% 가까이가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감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임금동결 및 삭감을 추진하겠다는 중소기업(15.4%)도 상당수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57%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 전체의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이같은 시각은 55.2%의 중소기업이 경영 및 고용환경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꼽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인상 충격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정부 지원 신설’(67.8%)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결정 주기 2∼3년으로 확대’(16.3%),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급 능력 반영’(10.2%) 순으로 조사됐다.
이명로 중기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근 물가 인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통은 저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한계 선상에 놓인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고, 최저임금제의 목적인 근로자 생활 안정 또한 고용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지금의 고용 훈풍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지급 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문식 중기회 최저임금 특위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작년 276만 명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현장의 수용성은 매우 떨어져 있다”며 “경영 여건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부담을 떠맡기는 최저임금 결정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올해도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
최저임금으로 인한 갈등은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 전반의 입장은 완고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4일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및 경영 근로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행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이 부담된다는 입장을 밝힌 자영업자는 43.2%에 이르며, 고용 여력이 더 이상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이 넘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로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친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경영계의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시급 1만2천원으로 올해 시급 9,620원보다 24.7%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노동계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가파른 물가 상승이 있다. 물가 인상률이 높아짐에 따라 근로자가 실제로 받아 가는 임금은 정작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7만3천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7만6천원 대비 2.7% 감소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명목임금은 지난해 408만4천원에서 416만4천원으로 2.0% 증가했지만, 동일 기간 물가 상승률은 4.7%였다.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오는 8일 열리는 최저임금위 3차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간부가 체포된 이후 노동계의 반감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회의가 열린다 해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임금 효과’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인상은 일용근로자들의 고용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면서도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 시간 감소 및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과 월급여액을 증가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실질적 방안 마련해야
놀랍게도 1988년 이후 최저임금 고시 시점에 맞춰 최저임금위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단 8차례 밖에 없다. 그만큼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 간의 갈등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제도에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구조의 차이와 소상공인 경영 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달리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을 반영하자는 주장도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최저임금을 지방별로 '차등 적용'하는 의견이 나왔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지난 6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의 의결을 거쳐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현행 제도를 관할 지자체장이 지역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요청할 수 있도록 변경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차등 적용 지역에서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낮아지는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임금 취약지역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지원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고용부가 발표한 지역별 임금 수준에 따르면 서울과 울산을 기준(100%)으로 충북 82%, 강원 및 대구 75% 등 20%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의장은 "개정안은 일본, 미국, 캐나다 등도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따로 정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도 서울 여의도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중기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의견을 전달하고 목소리를 내는 등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의견을 듣는 방식이나 대립을 중재하는 것만으로는 고질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와 국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