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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고 밝혀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방사성 물질이 우리 동해에 이르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이제 소금이나 미역 등 수산식물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괴담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소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는 천일염 수급은 문제없을 것이라며 7월 중 본격적으로 물량이 풀리면 유통망은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7월 천일염 가격 물량 정상화될 것
22일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통해 “올해 6~7월 (천일염) 공급물량은 12만 톤으로, 평년 산지 판매량을 훨씬 상회하는 물량”이라고 전했다. 해수부의 이번 발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내 천일염이 방사선이 누출돼 오염될 것이라는 괴담성 정보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소금 사재기’를 유도해 소금 품귀현상이 벌어진 지 약 일주일만이다. 송 차관은 “그동안 신안군 현지에서 배송이 밀렸던 21년도와 22년도 산 재고 물량인 2만 톤이 출하되고 있으며, 7월부터는 햇소금 약 10만 톤도 본격 출하된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양은 3만 톤 이상으로 시중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량이다.
아울러 송 차관은 소금 사재기로 인해 소금 가격이 치솟는 현상에 대해서 “소비자 불안을 조장하거나 비상식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업체 등의 점검을 강화하겠다”면서 “유통 질서 교란 행위와 가격 형성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일 검사한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42건으로(금년 누적, 2,740건)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해수욕장 긴급 조사 현황에 대해서도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의 세슘-137 농도는 약 0.0017베크렐(Bq/kg)로 연안해역 정점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세슘-137(Cs-137)은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방사성 동위원소로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핵실험의 결과로 발생하는 인공원소다. 이는 현재 습도계, 밀도계, 유량계 따위의 공업용 기계, X선 등의 의료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정상세포가 이에 노출되면 암 등이 발현하거나 노출된 정도가 크면 화상을 입고 사망할 수도 있다.
해수부, 천일염 계약출하제도 재고 중
정부는 천일염의 거래량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천일염을 수매해 최대 30%를 할인해 공급하는 ‘천일염 계약출하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일염 계약출하제도는 생산자가 수협·생산자단체와 사전에 계약한 가격으로 소금을 출하하는 제도로, 해수부는 해당 제도를 통해 가격 변동성은 낮추고 생산량은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23일 전남 신안군 북신안농협과 생산자 염전을 방문해 천일염 유통 상황을 살피고, 개인 생산자가 운영하는 염전 창고에서 최근 생산과 재고 상황, 산지 출하 가격,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전망이다. 아울러 22일 관계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해수부는 신안군 농·수협, 대한염업조합 등 천일염 생산·유통 업계를 대상으로 ‘자발적인 천일염 수급·가격 안정 조치 검토 및 추진 당부’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해 최근 천일염 가격 상승과 개인 구매 증가 등을 감안해 산지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수급 및 가격 안정 조치도 검토 및 추진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박형기 신안 천일염 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언론의 ’소금 대란 위험성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격 상승 요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탓도 있지만,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던 봄철 날씨와 천일염 판매 공정 인력 및 자재 부족이 결정적”이었다며 “천일염 재고량은 충분하다. 인력과 자재가 확충되고 있어 소금 가격은 금세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안군 관계자 역시 “자체 파악한 재고량이 천일염 생산 어가 749곳(2,367㏊)의 연평균 생산량인 23만 톤 대비 50% 수준에 달한다”며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전국적인 소금 대란’으로 치닫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소금 가격이 안정될지에 대한 여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에 확인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금 가격 폭등보다 무서운 건 소금 가격 폭락, 천일염 농가 안정화 모색 必
한편 박 회장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소금 사재기는 천일염 생산자들에 매우 안 좋은 신호”라고 우려를 표했다. 당장은 소금이 비싸게 팔려 함박웃음 지을 수도 있지만 한번 소금을 구매하면 몇 년은 두고 사용한다는 특성상 장기적으로 소금 가격이 다시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저렴한 수입산 천일염으로 인해 지난 2014년부터 천일염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으며, 2019년 천일염 가격이 1가마에 1,800~2,000원까지 폭락하자 염전 어민들은 새우 양식장이나 태양광 발전소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이로 인해 전국 염전 면적은 2010년 103㎢에서 2021년 87㎢로 약 15.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장 내년 내후년부터는 소금 가격이 폭락해 국내 천일염 농가가 다시 휘청이게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국내 소금 시장은 국산 대신 값싼 중국산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일염 생산자들 역시 천일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