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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가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의 승계가 지역 및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 올해부터 개선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에도 여전히 세금 부담이 막대하다는 주장이다.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 발족 "중소기업 현안 및 개선방안 제시할 것"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기중앙회에서 ‘제1차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는 중소기업 기업승계 활성화 및 연관 정책·과제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표자(1·2세 포함)를 비롯해 학계·연구계·법률·세무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7인으로 구성됐다. 중기중앙회는 송치영 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과 정재연 강원대학교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위촉해 중소기업의 현안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중소기업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향후 2년 동안의 위원회 운영 방향을 비롯해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사항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증여세 과세특례 세율 단일화(20%→10%)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 연장(5년→20년) ▲업종 변경 제한요건 완화(중분류 유지→폐지) 등이다.
"최대 20% 과세특례 세율, 차등적용 없애야"
가장 뜨거운 화두는 증여세 과세특례 세율 단일화였다.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10억원 특별공제 후 60억원 이하는 10%, 60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를 적용하는 현행 증여세율을 10%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현재 100억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을 승계할 때 최초 10억원은 공제, 10억원 초과 60억 이하 구간에 해당하는 50억원에 대해서는 10%인 5억원, 60억원 초과분인 40억원에 대해서는 20%인 8억원을 합쳐 합계 13억원이 부과된다. 기업의 가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 만큼 1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라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13억원의 증여세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 연장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많게는 수십억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현금으로 부담하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기 중앙회는 최대 5년 활용 가능한 현행 증여세 연부연납 제도를 최대 2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업종변경 제한요건 완화는 올해부터 달라진 완화 요건이 일부 완화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승계한 기업의 업종 변경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면 금지됐지만, 올해부터 달라진 제도에서는 이를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 변경은 허용하는 수준으로 완화했다. 중분류 외 업종 변경은 특별공제 금액 10억원에 대한 추징이 이뤄진다. 중기중앙회는 산업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다변화하는 만큼 이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치영 공동위원장은 “올해부터 기업 승계 증여세 관련 제도가 대폭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세율 단일화, 증여세 과세특례의 연부연납 기간 연장, 업종 변경 제한 폐지 등의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재연 공동위원장 역시 “부모로부터 자녀에게로 부가 이전되는 일반 상속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승계는 일자리 창출같이 지역사회나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기업승계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2023년 달라진 과세특례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올해부터 달라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가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세표준에서 10억원을 제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특별공제액은 지난해까지 5억원에 불과했으며, 사업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 이하의 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과세특례 대상도 올해부터는 최대 6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특별공제 금액 추징 대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사후관리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며 사업의 자율성을 제고했다.
일반적인 증여세는 과세 표준이 올라감에 따라 세율도 함께 올라가는 누진세를 적용한다. 하지만 기업 승계의 경우는 2018년부터 최대 세율을 20%로 제한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했다. 앞서 언급한 100억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과세특례 제도를 적용받지 못하고 일반 증여와 같은 요건으로 세금을 계산한다면 30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대 50%의 세율을 적용하는 증여세법에 따라 45억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자진신고로 감면받을 수 있는 3%를 공제한다고 해도 43억8,0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의 주장대로 증여세율 10%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 기업을 승계할 때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9억원으로 급감한다. 이와 함께 최대 20년의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100억원의 부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매년 부담하는 세금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비록 연부연납은 가산금 이자의 적용을 받지만, 현행 증여세 연부연납 가산금 이자율은 연 1.2%에 불과하다. 화폐의 시간가치와 기업의 가치 증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세금을 면제해 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반대 측의 입장도 힘을 얻게 된다.
세금을 걷어 필요한 곳에 배치해야 할 정부가 ‘형평성’과 ‘중소기업 활성화’ 가운데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