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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홀드백 기간·대상 구체화 돌입
‘반토막’ 난 영화 산업 회복 청사진
“2차 시장 진출 늦춰 손실 키울 것” 지적도
정부가 극장에서 상영된 국내 영화의 OTT 공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홀드백 제도 법제화에 나선다. 정부 지원 작품에 한해 극장 개봉 후 6개월까지 OTT 공개를 미루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업계와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관객 10만 명·제작비 30억원 미만은 해당 안 돼
19일 영화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월 업계와 협약식을 통해 한국식 홀드백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홀드백 제도를 둘러싸고 가장 큰 쟁점이었던 OTT 공개 유예 기간은 극장 개봉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에 도입되는 홀드백 규정은 월 단위로 결제하는 구독형 OTT에서 추가 결제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상품(SVOD)에 도입된다. 작품당 일정 금액의 요금을 내고 시청하는 개별구매 상품에 대한 도입은 추후 논의된다. 또 극장 관객 10만 명 미만, 제작비 30억원 미만 등 일부 작품에 대해서도 예외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가장 먼저 홀드백 규정이 적용되는 분야는 정부 지원 작품들이다. 일반 상업영화 중 정부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는 작품들이 대상으로, 지난해 기준 극장 개봉 210여 편 중 정부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은 작품은 약 29%(62편)를 차지했다. 11월 개봉해 1,2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과 5월 개봉해 1,068만 관객을 기록한 '범죄도시3'도 여기 포함된다. 문체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400억원의 정책금융을 마련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천명한 만큼 영화계 내 정부 지원작의 비중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홀드백 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팬데믹 종료 후에도 침체한 한국 영화산업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짙게 깔려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2억2,098만 명을 기록한 국내 극장 관람객 수는 지난해 1억2,514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의 극장 매출도 9,708억원에서 5,984억원으로 40%가량 급감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9월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국내 영화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 IPTV 운영사 등 영화 제작·유통 관계자들로 구성된 ‘한국 영화 산업 위기 극복 정책 협의회’를 발족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홀드백 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해당 협의회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홀드백 기간 및 적용 대상 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밝히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흐름 거스르는 정책” 지적 쏟아져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 무비코리아의 한 네티즌은 “당장 가까운 일본만 해도 평균 6개월의 홀드백을 지키고 있으며, 프랑스는 15개월에 달한다”며 “팬데믹 이후 극장가가 힘든 상황에서 필요한 정책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네티즌들은 “OTT에 늦게 풀린다고 극장을 더 찾는 것도 아니고, 전반적인 투자만 위축되는 등 부작용만 커질 것”, “극장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작품들은 2차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메워야 하는데, 영화계에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 등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도 홀드백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극장 산업의 회복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OTT의 활성화로 영화 관객 대부분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작품을 관람하는 게 익숙해진 상황에서 달라진 시장 환경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70대 미디어 소비자들의 OTT 이용률은 77.0%로 2019년(52.0%)에서 25%p 뛰었다.
국내외 OTT사들은 이번 홀드백 제도 도입과 관련해 최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현재 극장 개봉 영화의 플랫폼 공개 시점은 개별 계약에 따라 달라지는데, 홀드백 도입 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을 아꼈으며, 웨이브와 티빙 등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