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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후 7일간 체결된 자동차보험 950건
전체 인터넷 가입 건수 대비 1% 미만
“트래픽 증가 중, 흥행 여부 속단 일러”
출시 열흘째를 맞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 직후 일주일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체결된 자동차보험이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면서다. 론칭 직후 발생한 서비스 장애는 일단락됐지만,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가입하는 기존 다이렉트 보험과의 경쟁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초반 흥행에 탄력을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손보사, 플랫폼 지급 수수료 소비자 보험료에 반영
2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7일간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체결된 개인용 자동차보험은 950건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에 평균 13만 대 이상의 차량 소유주가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은 1,770대로, 일주일 평균 34만 대가 의무보험인 자동차 보험을 갱신한다.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가입은 40.7%로 주 평균 13만8,000건에 달한다.
이달 19일 정식 출시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간단한 본인 인증 후 다양한 손해보험사의 상품 및 보험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서비스 첫날부터 일부 보험사의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 등 오류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불러왔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사별로 조회 가능한 보험 만기일이 달라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대부분 보험사에서 기존 보험 만기 30일 이내인 차량에만 보험료 조회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일부 회사의 경우 45일로 범위를 넓히는 등 제각각인 탓이라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도 서비스 안착에 걸림돌이 됐다. 시장 점유율의 약 85%를 차지한 4개 대형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가 별도의 보험 요율 체계를 마련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고스란히 보험료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보험료 비교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통합 플랫폼에서 자동차 보험을 한눈에 비교한 후 개별 보험사 홈페이지를 찾아 가입하는 방식으로 평균 3~4만원의 보험료를 아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대형 손보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계와 중소규모 보험사들은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각 보험사 공식 홈페이지와 동일한 수준의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금융당국 또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하며 “대형 손보사들만 유독 별도의 수수료를 보험료에 추가해 시작부터 제도의 취지를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초 금융당국이 서비스 출시 전부터 보험사 공식 홈페이지와 플랫폼 비교·추천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의 보험료가 다를 수 있음을 안내했고, 선택은 오롯이 소비자들의 판단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판매 채널마다 다른 요율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짚으며 “가격 결정은 각 회사의 전략에 따라 하는 결정되는 것으로, 스스로 시장 인지도가 빈약하다고 생각하는 중소 보험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요율·수수료율 정비 나선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자, 보험사 등에 보험 요율 체계와 수수료율 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각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과 플랫폼을 통한 가입에서 같은 보험료를 제시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플랫폼에는 보험료의 1% 이내 수수료율 책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플랫폼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서비스가 출범 직후 단계인 만큼 속단은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가입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플랫폼을 찾아 보험료를 비교하는 소비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트래픽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플랫폼들은 서비스 실효성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캐시백, 맞춤형 콘텐츠를 공하는 등 초기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