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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바이든 변했다? "이민자 급증 시 국경 폐쇄해야" 주장 급증한 불법 이민자에 유권자 여론 악화,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맹공격' 유화 정책으론 못 이긴다, 11월 '리턴 매치' 앞두고 결국 항복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성명을 통해 "국경에 난민이 많이 몰리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긴급 권한을 가진 새로운 국경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에 불만을 품는 유권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대선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
국경 정책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멕시코의 남서부 국경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불법 이민자 수는 하루 평균 1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해 12월에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사례가 24만9,785건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경기 침체 △정치적 혼란 △기후 위기 △범죄 등 중남미 전반의 혼란이 가중되자, 미국으로의 불법 이주 시도 역시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불법 이민자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 국경은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 살상 무기'가 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공화당과 그 지지자들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중심으로 결집하자,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는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비판의 근거로 작용하면서다.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국경 정책에 대한 입장을 뒤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국경법은 5∼7일간 평균 불법 이민자 수가 4,000∼5,000명을 넘어설 경우 난민 심사를 중단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WP는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민주당 소속 대통령으로서는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철조망도 없애라던 사람이", 극단적 입장 변화
바이든 대통령의 느슨한 국경 정책 기조는 최근 논란이 된 텍사스주의 '멕시코 접경지 철조망'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공화당 소속 그렉 애보트 주지사의 주도로 멕시코 국경 지대인 리오그란데강 인근에 날카로운 철조망을 설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불법 이민자들은 철조망에 걸려 빈번히 부상을 입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던 멕시코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철조망이 이민자들을 다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국경순찰대가 이민자들을 구조하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며 연방대법원에 제소했고,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였다. 강경하게 이민자를 관리하던 텍사스주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대법원 결정이 이주민들의 밀입국을 방치한다"며 "텍사스 국경의 장치들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내내 유화적이고 이민자 친화적인 국경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현시점, 빠르게 악화하는 유권자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리턴 매치'의 상대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노선 변경을 단행한 것은 재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금까지의 정치 철학을 버리고, 나라 빗장을 걸어 잠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