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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 불 꺼진 공인중개사무소 증가 공인중개사 시헙 접수인원 10만 명 감소 직방, 중개 법인 절반 이상 권고사직도
전국 개업 공인중개업소가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체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휴·폐업에 돌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인기도 차갑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1,167곳 휴·폐업
2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중개업소 1,167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이 1,049곳, 휴업이 118곳이다.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276개, 334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86곳과 71곳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중개업소는 89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221곳에 비해 27.1% 감소한 수치로, 공인중개사협회가 개·폐업 현황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2월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중개업소 수는 11만4,856개로 전달 11만5,040곳에 비해 184개 줄었다. 2021년 8월 11만4,798곳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중개업소 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2022년 6월 11만8,952곳에 비해서는 4,096개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중개업소 수는 2022년 8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부동산 거래량은 8만1,385건에 그쳤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월평균 거래량 16만1,252건에 비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늘면서 중개업소 매물도 쌓이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 최근 3개월간 올라온 매물은 2,838건에 달했다.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 응시도 하락 추세
부동산 시장 침체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인기도 차갑게 식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실시된 '제34회 공인중개사 국가 자격시험’의 자격시험 접수자 수는 28만7,174명으로 전년(38만7,710명)보다 10만536명 줄었다. 1·2차 통합 접수 인원 8만5,539명도 포함돼, 실제 순 접수자는 20만1,635만 명으로 집계됐다.
결시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진행된 제32회 시험의 1차 시험, 결시율은 25%에 불과했다. 제33회 1차 시험의 결시율은 전년보다 늘어난 약 27%였고, 지난해 34회 시험은 30%에 달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 시절,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자는 2021년 기준 39만9,92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역대급 거래량에 공인중개사가 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며 전연령층에서 시험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로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작되고, 거래량까지 급락해 공인중개사 인기는 시들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접수자 수는 급감해 2016년(27만3,251명) 수준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프롭테크 기업도 위기, 직방 '권고사직' 시행
프롭테크(부동산(Property)+기술(Technology)) 기업도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프롭테크기업인 직방은 지난해 말 중개법인 자회사 ‘직방파트너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절차를 시행했다. 140여 명인 임직원 중 절반 이상을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권고사직을 수용한 임직원에게는 3개월 치 급여가 지급된다. 직방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장환경을 감안해 효율적인 방향으로 조직과 인력을 구성 중”이라며 “대상자 선정은 내부적인 평가기준 등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고사직을 거부하는 직원이 많을 경우 다음 절차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직방 본사의 상황도 좋지 않다. 2022년 기준 직방의 영업손실은 370억원 규모로 적자 전환한 2021년(82억원) 때보다 무려 4.5배 늘었다. 지난해 4월에는 직방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이 실시되기도 했다. 당시 직방은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팀당 10%이상 인원 감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3년전 △개발직군 초봉 6,000만원 △재직자 연봉 2,000만원 인상 △이직개발자 인센티브 최대 1억원 지원 등 파격 혜택을 내세우며 인재영입에 나선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