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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아이스아이, 3기 SAR 위성 추가 발사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감시 정찰할 수 있어 군사적 활용도↑, 우주기술 기업에 몰리는 자본
핀란드의 초소형 인공위성업체 아이스아이(ICEYE)가 최고해상도 25cm 영상 촬영이 가능한 1,200MHz 레이다 대역폭의 기술 실증기를 포함해 3기의 합성개구레이다(SAR, 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위성은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라이드쉐어 트랜스포터-10에 탑재돼 발사됐다. 위성분리 통합업체인 엑소런치(Exolaunch)에 의해 궤도에 안착했고, 위성과의 통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정상적인 초기 운영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위성 3기 발사로 '지구 관측 역량' 지속 강화
임무 수행을 위해 발사된 3기의 SAR 위성 중 2기는 아이스아이의 미국 자회사에서 제조됐으며, 1기는 아이스아이 핀란드에서 제조한 궤도내 기술 실증기다. 아이스아이의 독보적인 X-대역 안테나가 업그레이드돼 장착된 이 실증기 모델은 1,200MHz 레이다 대역폭을 통해 최대 25cm의 고해상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아이스아이는 엔지니어링 테스트를 수행한 후 바로 상용서비스에 투입할 방침이다.
라팔 모드르제브스키(Rafal Modrzewski) 아이스아이 CEO는 “아이스아이는 더욱 늘어난 위성군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1,200MHz 대역폭의 기술 실증기 발사로 25cm 해상도의 SAR 영상 촬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세밀한 원격 감지를 통한 최고 수준의 선명도로 고객에게 최우선 순위의 의사결정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된 위성에는 영상 품질을 크게 개선하는 것은 물론 더 빠른 다운링크 속도로 보다 민첩한 영상 수집을 지원하고, 아이스아이의 글로벌 지상국 네트워크와의 통합을 개선할 수 있는 첨단 레이다가 포함돼 있다. 에릭 젠슨(Eric Jensen) 아이스아이 미국 자회사 CEO는 “아이스아이 파트너는 시간에 민감한 긴급한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변화에 대한 지속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감지를 필요로 한다”며 “미국에서 제작한 위성 2기를 아이스아이 위성군에 추가해 국방, 정보, 민간 및 상업 분야의 고객에게 전략적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사 프로젝트에 뭉칫돈, 시리즈 D 라운드 유치도
아이스아이(ICEYE)는 2014년 핀란드 에스포(Espoo)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초소형 위성 운영 및 위성 영상 솔루션 기업으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상업용 위성과 고객 전담 임무용 위성까지 총 27기의 위성을 쏘아올렸다. 아이스아이 위성은 기존 SAR 위성보다 적은 무게와 고성능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량화된 고성능 플랫폼과 소형화된 목적 전용 센서를 조합하여 긴 체류 시간과 함께 넓은 지역을 스캔할 수 있으며, 안테나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
앞서 아이스아이는 지난 2022년 2월 시리즈 D 라운드로 1억3,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오랜 투자사인 세라핌 스페이스(Seraphim Space)가 주도했다. 아이스아이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총 2억8,800만 달러 정도의 자금을 유치했는데, 이력을 살펴보면 2020년 9월 시리즈 C 라운드로 8,7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고, 2018년 5월에는 시리즈 B 라운드로 3,4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또한 핀란드 정부 자금 조달과 유럽의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을 통해서 5,300만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시리즈 A로 1,3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핀란드 혁신 자금 지원 기관기관의 추가 지원금이 포함돼 있다.
아이스아이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34기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주간이나 야간은 물론 어떠한 환경 조건에서도 지구 표면의 모든 위치를 촬영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SAR 군집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아이스아이는 올해 최대 15기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 위성을 개발 중인데, 이를 1,200Mhz의 대역폭과 함께 기존 50㎝ 수준의 해상도를 최고 25㎝ 수준까지 높이고, 현재 위성 보다 약 5배 많은 1TB 수준의 메모리도 탑재할 예정이다.
SAR 위성, '김정은 벤츠' 움직임 추적도 가능
SAR은 지상 및 해양에 대해 공중이나 우주에서 레이더파를 순차적으로 쏜 이후 레이더파가 굴곡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차를 처리해 지표를 관측하고 목표물을 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이다. 레이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낮은 물론 밤이나 악천후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가짜 무기를 식별하거나 적 병력·장비의 이동 상황을 추적하는 데도 유용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 SAR 위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동안 SAR 위성은 정부·군 기관에서 주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부터 핀란드 아이스아이의 초소형 SAR 위성 1대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SAR 위성 분야에서 북한에 대해 ‘넘사벽’ 수준의 절대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4월 425 사업 정찰위성 2호기로 대형 SAR 위성이 발사될 예정인데, 해상도는 50㎝ 미만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초소형 SAR 위성이 고체로켓에 실려 발사된 것은 북한과의 정찰위성 1차 경쟁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게가 90㎏에 불과, 초소형 위성으로 분류되는 이 위성은 수백㎞ 상공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앞으로 1m 미만 수십 cm급으로 해상도를 향상시킬 예정이어서 악천후에도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나 김정은 전용 벤츠 등의 움직임을 추적 감시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 사업으로만 진행돼 온 국내 위성 개발사에서 첫 민간 주도 사업으로 개발됐을 뿐 아니라,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기술로만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본체,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여서 발사체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설계,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개발 과정에 축적된 송수신 장치 기술 등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약 40기를 발사해 정찰위성의 북한 감시 주기를 2시간 간격(2025년 목표)에서 30분 간격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초소형 SAR 위성을 활용해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환경 모니터링 등 ‘한국형 뉴스페이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