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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위해 보험사 인수 참여
올해 증권업 진출도 병행, 은행 의존도 개선 총력
매각가 2조원 전망에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이 자산 기준 국내 손해보험(손보) 업계 7위인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계열사 중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어 올해 인수합병(M&A)을 통해 해당 업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경쟁자로 참여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몸값으로 최소 2조원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 매각절차 돌입, 이르면 상반기 중 인수자 윤곽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매각이 본격화된 가운데 우리금융은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가 보유한 77%의 경영권 지분 전부다. 우리금융 외에 블랙록,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일부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매자들은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상세 실사를 진행한 뒤 오는 6월경 본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르면 상반기 내 최종 인수자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에 대한 실사를 토대로 적정 가격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매물을 검토하기 위해 LOI를 제출했다"며 "실사를 통해 매각가격이 회사의 인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사 결과를 확인한 후 적정가격이라고 판단되면 본입찰까지 참여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높은 은행 의존도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9.96%로 집계됐다. 이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취임식, 신년사 등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강조하면서 연내 증권사와 보험사에 대한 인수합병을 시사해 왔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보험사와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다. 지난 2008년 영국 아비바와 LIG생명을 공동 인수해 우리아비바생명을 운영해 왔지만 2013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생명보험사보다 손보사의 성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산 기준 국내 7위인 롯데손보를 인수할 경우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증권업 진출을 위한 밑작업으로 한국포스증권에 대한 인수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은 연내 목표했던 보험사와 증권사를 인수함으로써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그룹으로서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매각 주관사인 JP모건 측이 평가하는 롯데손보의 기업가치는 약 3조원(약 22억 달러)에 달한다.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1조1,777억원을 감안해 2조원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금융은 막대한 자금을 매각대금으로 지불할 경우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하락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CET1 비율'은 위기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 즉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CET1은 11.94%로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12%를 달성하지 못했다.
JKL, 리파이낸싱·브랜드 사용 연장 등 선결과제 해결
한편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매각 과정에서 리파이낸싱 등 관련 일정에 쫓기기보다는 제값을 받아 투자금 회수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증권사, 은행들과 접촉하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작업을 시작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할 때 2,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는데 그 만기가 오는 10월 도래한다.
2019년 당시 4~5% 수준이였던 금리가 최근 7~8%로 높아진 만큼 이자 지급분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3,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앞서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일 때 3,000억원에 가까운 인수금융을 성사시킨 전례가 있다"며 "현재 롯데손보의 시총이 1조원을 넘어섰음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출자자(LP)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10월에 종료되는 '롯데' 브랜드 사용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롯데그룹과의 협의가 사실상 매듭지어진 상태로, 브랜드 사용 연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서는 인수금융과 롯데 브랜드 사용 기한이 모두 올해 10월이라 그 전에 급히 매각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JKL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수 5년차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적기를 맞은 JKL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미리 해결함으로써 매물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수를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다시 한번 확인시킨 셈이다.
JKL 2조원대 몸값 기재, 시장에선 적정 가격 1.5조 추산
지난해 롯데손보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022년 99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 3,023억9,000만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회사가 설립된 이래 최대 실적이다. 매각을 앞두고 실적 성장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경영권 매각작업이 순항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의 주가는 지난 2019년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5년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잇단 호재에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롯데손보의 시총이 JKL의 인수 단가 7,300억원을 넘어섰다. 이로써 2조원대 매각가를 기대해 온 JKL 입장에선 어느 정도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JKL이 희망하는 매각가 2조원은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눈높이와도 괴리가 있다. 통상 보험사의 몸값을 추정할 때는 기업가치, 순자산가치, 보험계약마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반영하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손보 지분의 적정 가격을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희망하는 복수의 참여자가 있지만 1조5,000억원 이상을 받아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실사에 돌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본격적인 실사 과정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드러나면 몸값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보험사 중 부실자산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3분기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비율은 0.81%로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30곳 중 가장 높았다. 일각에선 최근 롯데손보의 실적이 개선세로 접어든 만큼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해 볼 여지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