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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PEC 가격지수 2.8% 상승, 여전한 물가 오름세
기준금리 인하 기대 꺾이며 국채 금리도 급등
침체하는 美 경기 지표, Fed의 기준금리 조정 향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폭'이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대폭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장 기대 웃돈 PEC
2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2.7%를 소폭 웃도는 수치자, 직전월인 2월과 같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도 전년 대비 2.7% 올라 시장 전망치인 2.6%를 상회했다.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Fed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PEC는 Fed가 인플레이션 상황을 판단할 때 활용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3개월 연속 우려스러운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의 목표치인 2% 달성이 늦춰지고 있고, 첫 번째 금리 인하가 더욱 멀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의 금리 동결을 확실시하고 있다. 시장이 점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11%, 7월 금리 인하 확률은 29%에 그쳤다. 한 달 전 전망치가 각각 70%, 83%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9월과 11월 인하 가능성은 각각 57%, 65% 수준으로 집계됐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 뚜렷해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미국 국채 금리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5%를 넘어서며 정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시장 내에서 불거진 ‘조기 금리 인하설(Fed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로 상승 동력을 잃은 바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채 금리는 연 3% 수준에서 움직이며 명확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뒤집혔다. Fed의 기준금리 조정 '잣대'인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미국 금융권 곳곳에서는 금리 인하는커녕 '금리 상승' 전망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이달 초 “미국 금리가 연 8%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같은 달 15일에는 투자은행 UBS가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엔 연 6.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한 기준 연 5.5%다.
이 같은 시장의 인식 변화는 국채금리를 뒤흔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696%를 기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해 말 수준(연 5%)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물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 만큼, Fed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변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다만 Fed가 무작정 '금리 동결'을 고집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은 변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6% 증가했다(연율).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측치(2.4%)를 눈에 띄게 하회하는 수치며,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3.4%)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단 이날 발표는 어디까지나 속보치로, 향후 공개될 잠정치와 확정치는 수정될 수 있다.
GDP 성장세가 꺾인 근본적 원인으로는 '소비 위축'이 지목된다. Fed가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며 소비 심리가 가라앉은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미국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2.5%(연율)에 그쳤다. 이는 작년 4분기 증가율(3.3%) 대비 0.8%포인트 감소한 수준이자, 월가 전망치(3%)를 눈에 띄게 하회하는 수치다. 소비지출은 미국 GDP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에 Fed는 본격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그간 Fed는 물가 상승세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 왔다. 탄탄한 경기 지표를 발판 삼아 관망세를 유지해 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끝물에 접어들며 GDP 성장세가 꺾였고, 경기 침체 기조 속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본격화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경기가 가라앉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뛰어오르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