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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오르자 더 멀어진 금리 인하 "물가 상방 압력 커져, 충분한 긴축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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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연 3.5%로 동결
연준 매파 유지 및 원달러 환율 급등 이슈 영향
수출· 내수 호조에 경기 침체 막을 명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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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열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우리나라 성장 전망도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한은, 통화 정책 관망세 유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4월에 이어 이번까지 11차례 연속 금리를 묶은 것으로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이번 회의가 상반기 중 열리는 마지막 금통위인 만큼, 금리 인하 시점은 하반기로 밀리게 됐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에는 연준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금통위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열렸다. 같은 날 새벽 공개된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1분기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와 미국 경제의 강한 모멘텀을 가리키는 지표에 집중하며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의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이슈도 금리 결정 저울의 추로 작용했다.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미룬 와중에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이 치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로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며 "너무 늦게 전환할 경우에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 시장 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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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전망 2.1→2.5%로 상향 조정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는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 전망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2.1%) 대비 0.4%p 상향 조정한 것으로, IMF(국제통화기금)가 제시한 2.3%보다는 높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제시한 2.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만 해도 2%대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실제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 2.5%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1.4%)보다 1.1%p 높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 부진이 지속지면서 성장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올해 성장률이 2.5%로 반등하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2.2%)보다 높아지게 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으면서도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기존 전망과 같은 2.6%를 유지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는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올랐지만,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의 변동폭은 아니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연장한 것도 물가 전망치를 유지한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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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5%대 성장, 내수 회복세도 완만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배경은 탄탄한 수출 모멘텀에서 찾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4.5%였던 수출 증가율은 5.1%로 높아졌다. 1분기 중 고성능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이 수출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AI(인공지능) 기술 확산과 미국의 견조한 수입 수요, 중국의 경기부양 조치 등 미국과 중국 경제가 내수 중심의 성장흐름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 수출에도 청신호 켜졌다는 분석이다.

내수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GDP 성장(1.3%)을 뜯어보면 내수 기여도가 0.7%p, 순수출 기여도가 0.6%p로 집계됐다. 1분기 한국 경제 성장에 있어 내수가 더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다. 이에 한은은 민간 소비가 2분기 중 다소 둔화했다가 하반기 가계 실질소득 개선에 힘입어 점차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2월 전망(1.6%)보다 0.2%p 높은 1.8%로 상향 조정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도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셋째 주(20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한 건 지난해 11월 넷째 주 이후 6개월 만이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02% 오르며 4월 둘째 주(0.01%)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상승했고, 지방도 보합(0.00%)하며 6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이번 금통위가 비교적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한은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이에 따른 물가의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 언급하긴 했으나,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성장률은 상반기 2.9%로 강하게 반등한 뒤 하반기 2.2%를 기록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하반기 내수 회복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조건이다. 다만 연준의 통화 정책 향방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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