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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전자 테스트 탈락 아니다"
"삼성전자 HBM은 테스트 중, 인내심 가져야"
반도체 우려 해소 '시그널'에 상승 탄력 기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테스트 실패설을 직접 부인하고 나섰다. 또한 향후 삼성전자 HBM을 엔비디아 제품에 탑재할 가능성도 시사한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젠슨 황 "삼성 HBM 퀄 테스트 실패한 적 없어"
황 CEO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Computex 2024)' 언론간담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모두 우리에게 HBM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 AI 반도체 칩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을 쓰고 있다. 특히 최신 칩에는 양사의 HBM3E(5세대 HBM)가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발열 탓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이에 대해 황 CEO는 “그런 이유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보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삼성과는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H100, H200, B100, B200 등 라인업을 갖췄는데, 필요한 속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HBM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의 '삼성 실패' 보도에 주가 추락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로 인해 주가가 추락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인해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력으로 쓰이는 4세대 HBM3를 비롯해 HBM3E에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즉각 입장문을 발표하고 로이터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측은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특정 시점에서의 테스트 관련 보도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삼성의 반박도 주가 급락을 막을 순 없었다. 특히 외국인의 자금 이탈세가 거셌다. 보도 당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2조7,224억원어치 팔아치운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엔비디아 납품 기대
지금까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HBM에 대한 의구심이 걷히지 않다가 이번에 황 CEO가 직접 테스트 실패설을 부인하면서 비로소 오명을 벗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공급되는 HBM의 특성상, 다른 칩셋들과 호환성이나 최적화를 이루기 위해 수차례 테스트가 반복되는 과정을 감안하면 퀄(qualification) 테스트에서 ‘실패’나 ‘종료’라는 표현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한의 환경에서 ‘필드 테스트(Field test)’한 결과 일부 결점이 발견되더라도 그런 문제는 상호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란 것이다. 즉 퀄 테스트는 한 번 실패하면 끝나는 일회성 시험이 아니라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엔비디아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지속 소통해 퀄 테스트를 통과시키고 HBM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이크론 제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는 신뢰도가 낮은 데다, SK하이닉스 HBM 의존도가 일방적으로 크면 가격 협상 등에서 엔비디아가 움직일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업계는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HBM3E 8단 제품의 초기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분기 이내에 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24Gb(기가비트)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 HBM3E 12단을 구현하기도 했다. 또한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차세대 메모리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