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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이수진씨, 인플루언서 활동 중 스토커 피해로 일시 폐업 결정
전문가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한계 지적, 기업 홍보 전략 강화 조언도
법조계, 스토커 폐해에 대한 양형 규정 강화 중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치과의사 이수진씨가 최근 스토커 때문에 지난 5월 30일부로 치과를 폐업했다는 근황을 공개했다. 치료비 환불이 늦어지고 있는 내용에 대한 매체 보도가 잇따르자, 이씨는 환불이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사과 방송을 지난 8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씨는 폐업 이유에 대해 최근 출소한 스토커의 지속적인 스토킹으로 피해를 보고 있고, 이 외에도 스토커가 추가로 더 있어 당장은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신경) 안정제를 먹고 있고, 외출을 삼가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지난해 4월부터 SNS를 통해 스토킹 피해를 호소한 바 있는 이씨는 감옥에 간 또 다른 스토커에게 살해 협박 편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스토커에게 10개월 형이 추가로 선고됐으나 출소 후 이씨 및 가족, 직원들에게까지 협박이 확대될까 두렵다는 입장이다.
인플루언서 홍보 전략의 위험 중 하나는 '스토커'?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놓고 기업 홍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표들의 '인플루언서' 전략이 갖는 한계를 보여준 사건으로 해석한다. 언론사, 커뮤니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업의 상품을 홍보하는 것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작은 기업일수록 대표 본인이 직접 홍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대표 본인의 역량과 매력으로 기업이 저비용 고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지만, 반대로 대표의 사소한 말실수를 꼬투리 잡는 시기·질투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갖는 장·단점에 대해 마케팅 업계와 학계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는 중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전문가들의 기존 시선을 뛰어넘는 또 다른 위험(Risk)이라는 해석이 많다. 과거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각종 SNS를 통한 소통에 나서면서 스토킹을 당하는 사례가 있기는 했으나, 회사의 영업 활동이 스토커들에게 막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토커에 대한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폐업에 따른 막대한 영업 손실을 포함하는 민사적 처벌 규모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스토킹이 남녀 간 연애와 관련된 문제나 이웃 간 분쟁 등에 국한돼 민사 소송도 소형 기업 활동 방해에 대한 고려도가 낮았다. 일반적인 스토킹은 천만원 내외의 민사 조정으로 판결을 갈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치과의사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 사례의 경우, 재직 중이던 직원의 이직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스토킹을 단순한 개인 간의 범죄로만 국한한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업 방해 활동에 대한 처벌 강화해야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지난해 11월까지 스토킹 범죄로 기소돼 1심 판결을 받은 사람 중, 징역 등 실형을 받은 사람은 18.7%밖에 되지 않는다. 형사 1심 재판 전체 실형 선고 비율이 29.2%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상당수가 집행유예에 그쳤고, 벌금형에 그친 사람도 28%에 달했다.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스토킹 범죄의 재범 위험성이 크고 중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양형위는 스토킹 범죄자가 흉기를 가지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 상한형인 징역 5년까지 선고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아울러 특별가중인자를 설정해 범행 후 피해자가 이사를 가거나 생활과 학업, 생계에 심각한 피해가 생기면 가중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도 추가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씨의 사례는 피해자가 폐업이라는, 생계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 만큼 스토커가 가중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토커 사례, 소기업들의 홍보 전략에도 영향
스타트업들도 한때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서 홍보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유행이었으나, 최근 들어 스토커 범죄가 빈번해지자 홍보 전략을 바꾸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컬리와 이마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사업 초기 배우 전지현씨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대표 본인이 직접 모델로 나섰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SNS 활동을 통해 이마트그룹의 각종 상품을 홍보하던 정용진 회장도 회장 승진 이후 SNS 활동을 중단했다. 기업 규모가 큰 만큼 스토커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상의 홍보가 직업 없이 하루 종일 커뮤니티 활동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스토커 성향의 사용자들에게만 집중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벤처기업들도 대표가 SNS 활동을 하던 과거 방식의 홍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전문가인 대표가 직접 홍보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전문성을 되려 의심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수익화에 직접 연결되는 홍보 타깃군보다 스토커 성향의 사용자들에게만 정보가 전달되는 상황을 자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일대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다가 댓글로 '사기꾼'이라는 음해 공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와 유사한 사례를 다양한 SNS 채널에서 겪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홍보 비용 절감과 정신과 치료 비용 중 어느 쪽이 더 큰 비용인지 따져봐야 하지 않느냐는 농담을 할 정도라고 밝혔다.
홍보 전문가들은 스토커들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는 만큼,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개인 홍보에서 기업 홍보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스토커들은 큰 조직일수록 두려움을 느끼고, 개인 소통이 줄어들수록 공격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른 관심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초기 시장 진입에는 개인의 명성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 상품이 알려지고 난 다음에는 소통의 필요성보다 상품 고도화를 통해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것으로 초점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토커들은 유명 인사를 쫓아다닐 뿐, 실질적으로 매출액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는 것을 시장 전체가 경험적으로 깨닫게 됐다. 되려 스토커들에게 발목을 잡혀 명성을 잃고, 상품의 가치를 폄하 당하는 것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