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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액트지오와 한국 정부와 국민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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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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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석유 부존 가능성 설명한 해저 광구 데이터 분석 업체에 대한 신뢰성 논란
기업 전문성보다 외형에만 집착한 국내 여론 탓에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져
논란 피하기 위해 향후 대형 석유 업체와만 협조하게 될 듯, 고비용·저수익 불가피

액트지오(ACT GEO)의 동해 석유 유망성 관련 보도가 한국석유공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맹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가진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대표)은 자신들의 기술적 역량과 동해 유전의 잠재적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국내 언론이나 주식 투자자 등은 액트지오가 실제 법인인지, 규모는 얼마나 큰지, 아브레우 고문의 배경은 어떤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인 압도적인 다수는 아브레우 고문과 같은 눈높이에서의 동해 심해층 광구 분석 데이터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다. 하지만 액트지오라는 회사가 법인의 안정성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을 만큼 가정집을 주소로 하고 있다는 부분, 주(State) 세금 연체 내용, 10명 미만의 직원 숫자 등의 내용에는 굉장히 빠른 이해를 보이는 지적 역량을 갖고 있다. 액트지오의 기술력은 모르겠지만, 기술력이 뛰어났다면 이미 엄청나게 큰 회사가 돼있겠지 않겠냐는 '한국식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회사가 내놓는 각종 설명은 전혀 듣지 않고,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 전문가를 '사기꾼'으로만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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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사진=액트지오 홈페이지

국민 수준을 파악 못한 한국 정부의 헛발질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수준의 해양 석유 탐사 전문가가 고작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 사기꾼으로 몰린 이유는 뭘까? 당초 그들의 전문성과 분석 결과를 알려야 할 조직은 대한민국 정부였다. 대통령이 나서서 석유 시추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을 정도면 정부 조직 전반적으로 확신이 있었다는 뜻인데, 도대체 어디서 무슨 실수를 저질렀기에 사기꾼으로 몰리게 됐을까? 국민 수준이 껍데기만 볼 줄 알지, 핵심적인 기술력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국 정부, 한국석유공사에 책임 소재가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고도의 전문성이 국민들의 낮은 수준에 묻혀 버린 사례는 한국 사회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건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야당의 반발, 그리고 수산물 가격 폭락과 함께 동요되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라는 해외 전문가 집단을 끌고 와야 했고, 주요 명문대의 원자력 관련 교수들은 삼중수소 희석이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수준이라는 각종 설명을 매일같이 내놔야만 했다.

언론에선 후쿠시마 일대에서 방류된 해수가 한반도에 도착하기 이전에 해류를 타고 미국 해안가에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맹렬한 반대가 없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천일염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재기했던 소금 비축량을 감안할 때 염전이나 유통업자들, 심지어 일반 소비자들까지 한동안 소금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 조작단의 잘못을 탓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던 점도 무시할 순 없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액트지오가 큰 기업이었으면 시장의 반응이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처럼 금전 만능주의에 빠진 나라들이나 외형으로 전문성을 판단하지, 전문가 집단의 역량을 존중하는 나라에서는 외형보다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을 이해하려 하고, 그 분석 내용의 사실관계를 더 따졌을 것이라는 반박이 더 논리적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건 중에는 IAEA라는 국제적 조직이 안전성을 담보하는 설명을 내놨으나, 우리 국민들이 선동에 따라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제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기자 회견을 하려고 할까?

본인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가들도 이번 액트지오 사건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정이 뚝 떨어졌다'는 공감대를 표현했다. 아무리 전문성을 내세워도 대기업은 상품을 사주지 않고, 일반인들도 "당신이 전문가라면 이미 부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부자가 아니니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금전 만능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에 이미 지친 사업가들 입장에서 '"검은 머리'가 아니면 그래도 믿겠지"라는 기대마저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마치 국회에서 장관 후보에 대한 자격 검증 심사를 명목으로 청문회를 열어 놓고 기술적·기능적 전문성을 따지기보다 과거에 어떤 발언을 했는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어떤 세입자가 들어와 있는지만 따지고 있는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해석들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를 초청해 국가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고 하는 상황인 만큼, 전문가의 분석 내용이 얼마나 사실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거꾸로 그들의 전문성과 관련 없는 내용만 들먹이며 전문성을 깎아내리는 '치졸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에서 전문성을 내세워 사업하려는 사람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작은 기업일수록 기업 전체의 역량보다 개개인의 전문성이 더 대외 홍보와 정보의 신뢰도에 중요한데, 한국 사회가 그런 전문성을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를 쫓아내는 나라

석유 시추 관련 전문가들 역시 탐사 성공률이 20%에 달하는 데다, 이미 주요 광구들에서 석유 시추에 성공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석유 시추가 항상 첫 번째 타공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최초 1~2차례 실패했다는 이유로 아예 석유 시추를 포기하는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광구 위치에 인근한 일본이 기회를 노리고 석유 시추공을 뚫어 국경선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이 미치지 않는 지하에서 한국 EEZ 아래에 있는 석유를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탐사 성공률 20%는 굉장히 높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낮다고 비관적으로 나오는 태도에도 경계를 보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성장이 확실해 보이는 시리즈 C, D에만 집중되고 시드나 시리즈 A, B에는 투자를 망설이던 수많은 벤처투자사(VC)들의 태도 때문에 한국의 벤처 산업 전체가 가라앉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개의 투자 중 단 1개만 성공해도 9개 투자에서 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구조가 구축돼야 하는데, 10개의 투자 전체가 작게라도 성공해야 된다는, 마치 은행 대출과 같은 '저위험-저수익 투자'를 진행하려다 보니 VC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액트지오의 기업 규모 탓에 각종 비난이 몰린 경험이 쌓인 만큼, 정부는 추후 해저 광구 탐사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형 석유 시추 회사들의 입찰만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필연적으로 높은 데이터 분석 수수료와 광구에 대한 지분 양보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모두 국민들이 전문성보다 껍데기에만 집착했기 때문에 벌어지게 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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