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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車보험 손해율 80% 육박
차량 침수 피해 늘어 손해율 급등
피해액만 310억, 내년 보험료 오르나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비율)이 손익분기점 수준인 8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7월 장마철 들어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등의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손해율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여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사들, 손해율 80%에 비상
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에 육박하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79.5%로 작년 동기 대비 2.3%p 올랐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 현대해상의 손해율이 80.7%로 적정 수준인 80%를 넘었고 나머지 삼성화재(79.2%), KB손보(79.4%), DB손보(78.7%)의 손해율도 80%에 달했다.
손해보험업계는 6월 들어 교통량이 늘면서 자동차 사고 건수 역시 증가한 점이 전년 대비 손해율 악화로 이어졌다고 봤다. 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여기고 있다. 사업비 등을 감안해 80% 이상이면 영업수지 적자를 본다는 뜻이다.
보험료 지속 인하 등 기저 작용, 내년 보험료 인상될 수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또다른 배경에는 지난 2022년 연말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영향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자동차보험료는 손해율이 개선되면 이듬해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기는데, 차보험 손해율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85.7%→2021년 81.5%→2022년 81.2%→2023년 80.7%로 점차 줄었다. 이런 양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덕에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 4월(1.2~1.4% 인하)과 지난해 2월(2.0~2.5% 인하), 올해 2월(2.5~2.6% 인하)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집중되는 자연재해와 휴가철 나들이 차량이 늘면서 교통사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계속해서 자동차보험료를 내려왔던 점과 정비요금 인상 등이 기저에 깔리면서 손해율 악화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같은 폭우 영향이 이번 달 손해율 집계에 반영되면 하반기부터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뛰어오를 수도 있는데, 이는 다음 연도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22일 기준 자동차보험 판매 12개사에 집계된 집중호우 침수 피해 건수는 3,427건으로 추정 손해액만 310억6,9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이맘때 차량 비 피해 손해액이 130억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심각하다.
보험업계·금융당국, '비상대응팀' 운영
이에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선적으로 최근 들어 조직형 자동차 고의사고 보험사기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간의 협업을 통해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손해율 개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총 5,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 1조1,164억원의 49.1%에 달하는 수준이자 전체 부문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특히 운전자나 피해물 조작, 고의 충돌 사고 증가로 전년보다 771억원(16.4%)이 늘었다.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액은 2020년 3,830억원, 2021년 4,199억원, 2022년 4,705억원 등으로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손보사들은 자체 비상 시스템을 활용해 침수 위험 최소화를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올해 금융당국도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사, 보험개발원, 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긴급대피 알림 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 정보를 활용해 대피 안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침수와 2차 사고 위험차량이라면 보험사나 하이패스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