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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대금리차 0.22%p 낮아질 때 인뱅은 0.38%p 상승
당국의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지목된 후 대출금리 높인 영향
전문가들 "가계대출 급증은 아파트 쏠림 심화 및 정책 혼선 탓"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소폭 줄거나 예년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인터넷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면서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출범 초기보다 낮아진 것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대출금리는 더 높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은행 3사 '예대금리차' 확대
25일 은행연합회의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올해 1월 1.52%포인트(p)에서 5월 1.89%p로 0.38%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의 예대금리차가 0.74%p에서 1.36%p로 0.62%p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으며, 토스뱅크(0.33%p), 케이뱅크(0.18%p)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31%p에서 1.10%p로 0.22%p 하락했다. 올해 초와 비교해 예대금리차가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NH농협은행(-0.6%p)이다. 이어 하나은행(-0.25%p), KB국민은행(-0.13%p), 우리은행(-0.11%p)이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만 예대금리차가 0.01%p 상승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카카오뱅크의 예대금리차(0.68%p)가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낮았으나, 반년 만에 상황이 역전되며 시중은행을 모두 웃도는 모습이다. 지난 5월 기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0.95~1.23%p다.
출범 초 수신금리 유지 부담, 정기예금 금리 줄줄이 하향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이유는 수신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인터넷은행 3사는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신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 지난해 초만 해도 인터넷은행들은 파킹통장에 연 3%대의 파격적인 금리를 내걸며 고객들을 유인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연 4%의 정기예금 금리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들은 총 4,3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의 가입 고객수는 2,300만 명을 넘어섰고,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인터넷은행들의 수신 금리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최대 연 4% 수준에 달했던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 금리는 현재 연 2%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정기예금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기준)는 5번의 금리 인하를 걸쳐 연초 3.8%에서 현재 3% 초반까지 내려왔다. 토스뱅크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3차례 인하했다. 토스뱅크의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초 3.4%에서 최근 3.0%까지 내려왔는데, 이는 인터넷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케이뱅크는 올해 들어서만 대표 정기예금 상품 '코드K 정기예금'의 금리를 10차례나 내렸다. 이로 인해 연초 1년 만기 기준 3.90%였던 코드K 정기예금 금리는 이달 3.3%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은행들이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한 배경으로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이 꼽힌다. 은행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대폭 내려가 이에 맞춰 수신금리도 인하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 고객 모집을 위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수신 전략 펼쳤지만, 과거의 파격적인 금리를 지속하기엔 비용적 부담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높은 금리로 모객에 집중하는 전략보다 비용 관리 등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수신 전략을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대출금리 인상
인터넷은행의 수신금리가 축소된 가운데 오름세를 지속한 대출금리는 예대금리차를 더욱 확대시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대출금리는 올해 1월 4.30%에서 5월 4.50%로 0.2%p 상승했다. 이른바 ‘금리 맛집’으로 불리던 인터넷은행의 대출금리가 인상된 원인은 가계부채 급증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 주범으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하자 대출금리를 올린 것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인터넷은행은 대환대출 이용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무기로 내세워 대환대출 시장을 활성화시킨 바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이 넘는 비중이 대환대출로 유입되기도 했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달 열린 '인터넷은행 성과 평가 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들을 향한 쓴소리가 이어졌고, 정부의 압박에 인뱅 3사는 곧바로 대출금리를 올리며 문턱을 높였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여신 성장 목표치를 연초 제시했던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 규제가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연초에는 금리 인하가 소비자 편익이라는 입장을 취하던 당국이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은행권의 금리 경쟁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대환대출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직접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경쟁을 유도한 것은 금융당국이다. 당국은 은행권에 고정형 상품 취급도 늘리라고 지시했다.
韓 대출 시장의 구조적 문제, 부동산 시장 쏠림이 주담대 수요 '지속 자극'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급증의 근본적 원인이 사실상 국내 대출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주담대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주담대 규모가 급증하자 금감원이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올렸지만, 그럼에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심리에 따라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출금리를 압박하는 관치 금융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정책 혼선은 되려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트레스 DSR(Debt Service Ratio·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연기다. 정부는 이달부터 기존보다 강화된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DSR 한도를 더 조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급증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혼란 등 부동산 시장의 교란이 발생하자 2단계 시행 시기를 돌연 9월로 2개월 연기했고 3단계는 내년 7월로 미뤘다. 문제는 정부가 DSR 규제는 미루면서도 저금리 모기지 상품인 디딤돌 대출과 전세자금융인 버팀목 대출, 신혼부부 대출 등 정책 상품은 그대로 출시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주택 거래자들을 지원하는 듯한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보냄으로써 대출 수요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