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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 기사 완전월급제, 오는 20일 전국으로 확대 시행
"택시월급제, 이대로는 안 돼" 택시업계 노사 입 모아 비판
업계 의견 수렴해 개정안 내놓은 정부, 노동계 반발에 난항
‘법인택시 기사 완전월급제(이하 택시월급제)’가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 올랐다. 택시월급제의 제도 개선 여부를 두고 업계 내부의 이견이 갈리는 가운데, 서울에 한해 적용되던 택시월급제의 전국 확대 시일이 다가오며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유령 법안'으로 전락한 택시월급제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에 선제적으로 적용된 택시월급제가 오는 20일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택시월급제는 지난 2019년 입법된 제도로, 법인 택시 기사의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회사는 법인 택시 기사에게 최저임금(월 200만 원 이상)을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택시월급제는 과거 법인택시 기사의 임금을 결정하던 '사납금제' 폐지 이후 법인택시 기사의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납금제하에서 택시 기사는 매일 일정한 금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했다. 사납금 기준 금액을 넘어서는 수입을 올릴 경우 차액을 오롯이 가져갈 수 있지만, 반대로 기준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을 사비를 활용해서라도 메워야 하는 식이다.
이에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납부 및 초과 수입 확보를 위해 과로와 난폭 운전 등을 마다하지 않았고, 결국 사납금제가 법인택시 기사의 근로 환경 및 택시 서비스의 질을 악화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2019년 사납금제는 법적으로 폐지됐고, 새로운 임금 체계인 택시월급제가 등장했다. 다만 2021년 1월 서울에서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택시월급제를 도입한 택시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와 기사 모두가 제도 도입에 반발한 결과다.
업계, 택시월급제에 '강력 반발'
국토교통부가 발주해 한국교통연구원이 작년 7월 발표한 ‘법인 택시 월급제 도입 성과 분석 및 확대 방안 마련’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택시월급제가 전국에서 시행될 경우 운송 수입금이 적정 운송원가를 밑돌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택시 업체가 적자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택시월급제 시행으로 인해 국내 택시 산업 전반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불황으로 다수의 택시 업체가 궁지에 몰려 있는 만큼,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택시월급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시각이다.
택시월급제 시행으로 인한 근무 효율 저하 가능성 역시 리스크로 지목된다.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가 동일 임금을 받게 될 경우, 기사들의 근로 의욕이 저하하며 오히려 서비스 질이 악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에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누가 업무 강도가 높은 택시업계에 남겠나. (택시월급제 도입 시) 인력 이탈은 기정사실"이라며 "이탈하지 않은 기사들의 근무 태도가 이전과 같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이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로 돌아가게 된다"고 호소했다.
기사들도 소득 감소, 근로 형태 경직 등을 우려하며 택시월급제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서울시가 2022년 9월 법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7%가 택시월급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택시월급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택시 기사의 처우 개선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제도"라며 "기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감소할 위험을 굳이 감수하고 싶진 않다. 특히 주 40시간 이상 근무가 어려운 기사들은 아예 시장에서 떠나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제도 개선 시도
국토교통부는 택시월급제의 이 같은 허점을 인식하고 그간 국회에 개정안 처리를 여러 차례 촉구해 왔다. 문제는 국회의 법 개정 노력이 노동계의 맹렬한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다. 21대 국회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최인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9일 만에 돌연 법안을 자진 철회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 개정안과 관련한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해지며 의원들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달 5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멈춰섰던 관련 논의에 재시동이 걸렸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법 개정안은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 40시간 미만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택시월급제 시행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소정근로시간을 현행처럼 주 40시간 이상으로 고정하면 파트타임, 격일 또는 주말 근무 등 다양한 근로 체계가 사실상 금지돼 법인택시 기사 구인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해당 개정안에 반기를 들고 나선 만큼, 법안이 원활히 통과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재 위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본 법령을 부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본법을 폐기하자는 황당한 개정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택시월급제의 입법 배경은 어디까지나 택시운송회사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며, 김정재 의원의 개정 발의안은 이 같은 입법 배경에 반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