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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中 전기차 확정 관세 초안 통보
중국산 전기차 최고 36.3%p 추가 관세, 테슬라는 9%p 적용
中, EU 전기차 관세 부과 발표에 “WTO 위반, 불공정 경쟁” 반발
유럽연합(EU)이 올해 10월 말부터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고 46.3%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중국산 테슬라 차량에 대한 관세는 10%에서 19%로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중국은 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하는 불공정 경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관세 결정 초안 발표, 기존관세 10%에 추가 부과
2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반(反) 보조금 조사와 관련해 확정 관세 초안을 이해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이와 관련 EU 당국자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받은 보조금 수준을 반영한 상계관세율을 9%포인트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테슬라 차량을 포함해 현재 중국에서 생산돼 EU로 수출되는 전기차에는 일률적으로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확정 관세 초안은 지난 6월 예비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추가 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다. 예비조사 결과 발표 당시 테슬라 차량에 대한 개별 관세는 20.8%로 총 관세율이 30%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번 조정으로 관세율이 19%로 대폭 줄게 됐다. 이에 대해 EU 관리들은 "테슬라의 경우 중국 정부가 외국계 기업에 제공한 보조금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받은 혜택의 대부분은 시장 가격 이하로 배터리를 제공받은 것이며 또 다른 혜택은 토지 사용권, 소득세 감면, 모든 수출 생산자가 받은 국가 보조금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초안은 열흘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27개국 투표를 거쳐 10월 30일 관보 게재 뒤 5년간 확정 시행된다. EU 집행위는 앞서 예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17.4∼37.6%포인트의 잠정 상계관세율을 부과하기로 했으나 이날 공개된 확정관세 초안에서 잠정 상계관세율은 17.0∼36.3%포인트로,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의 최종 관세율은 27.0∼46.3%로 정해지게 된다.
전기차 관세 직격탄, 7월 판매 반토막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20일 중국 상무부는 “EU 측이 발표한 초안은 중국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고 여전히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쌍방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사실이 아니라 EU 측이 일방적으로 인정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관세로 인해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EU 16개 회원국에서 7월 중국 브랜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월 대비 무려 45% 줄었다. 상하이자동차그룹 산하 'MG' 브랜드의 경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 줄었으며, 중국에서 생산된 폴스타(Polestar)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다. 관세율이 17.4%로 가장 낮은 BYD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다. BYD는 오히려 EU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연초 7.4%에서 7월 8.5%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조 보조금 등에 업은 中 전기차, 공급 과잉 문제 골치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EU 등 일부 국가의 징벌적 과세와 견제에도 중국 전기차의 과잉 물량 공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생산을 '신품질생산력'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올해 초 중국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처음으로 정부 업무 보고서에 오른 데 이어 정부 업무 10대 과제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품질생산력을 대표하는 산업은 바로 전기차다. 제조업이 우선시되는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를 바탕으로 중국의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차 부문에 지원한 보조금 규모만 13년간 1,730억 달러(약 230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중국 전기차가 쌓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판매량이 한때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정도였지만 항저우, 충칭, 광저우, 류저우 등 지역에서는 5년 전부터 생성된 자동차 묘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현재 연간 약 4,0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는 2,200만 대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보조금이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급 과잉으로 쌓여가는 전기차는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더뎌 중국산 전기차 재고가 유럽 항구에 주차장처럼 쌓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로부터 수백조원을 지원받은 덕에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중국산 전기차가 쏟아져 나온다면 각국의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WSJ는 "미국 워싱턴은 중국산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보조금을 등에 얹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차량을 미국에 헐값으로 판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