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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표 3분의 1은 고령자, 승계 공백에 따른 위협 본격화
중기부, 기업승계특별볍 제정 등으로 M&A형 승계 독려
M&A형 승계 보편화 위해서는 상속세 개편 선행돼야
정부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고령화를 대비해 M&A(인수·합병)형 기업승계를 골자로 한 ‘기업승계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승계 관련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령화에 경영 위협 직면한 韓 중소기업
27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CEO 고령화 대비 안정적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중소기업이 직면한 경영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마련됐다.
중기부는 간담회를 통해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친족 승계 외에 M&A 등 다양한 기업승계 관련 지원 체계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를 준비해야 할 고령 CEO가 늘고 있는 가운데, 자녀가 기업승계를 거부하거나 승계할 친족이 없어 기업의 고용, 기술, 시장 판매망 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중소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현시점 한국의 60세 이상 제조 중소기업 대표는 전체 경영자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지난 7월 실시한 기업승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 중소기업 대표 32.3%는 ‘임직원과 M&A를 통한 제3자 기업승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족 중심의 기업승계 문화를 벗어나 다양한 승계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녀 승계를 선호하는 기업 대표 자녀의 20.5% 이상이 가업승계를 원치 않았고, 현재 후계자가 없는 기업 중 약 31%는 M&A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한국과 산업·인구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사례 등을 참조해 추정한 국내 M&A형 기업승계 수요는 2022년 기준 약 21만 개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M&A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M&A형 기업승계 지원 체계 구축
이에 중기부는 국내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 가능한 미래를 위해 M&A형 기업승계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업계 의견 수렴, 전문가 논의 및 주요국의 사례 검토를 거쳐 종합적인 M&A 지원 체계를 갖춘 ‘기업승계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승계지원센터 등 물적 인프라, M&A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보조금, 각종 특례 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에 기업 접점을 보유하고 있는 공공 기관과 민간 금융기관의 전문 인력을 활용한 M&A형 기업승계 수요 발굴‧매칭 시스템도 마련한다. 지속 성장 가능한 중소기업이 적합한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매수·매도 기업을 연결하고, 인수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M&A 과정에서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하는 등 포괄적인 지원 체계를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모태펀드를 활용한 M&A형 기업승계 지원 펀드도 시범 조성한다. 정부는 해당 펀드를 통해 승계 시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하고, 투자자들에게 M&A 시장 참여 기회를 제공해 자본시장과 중소기업 승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정책 효율 제고하려면 상속세 부담부터 낮춰야"
다만 시장에서는 M&A형 기업승계가 국내 중소기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매각으로 기업승계를 했을 때, 그 자금(매각 자금) 역시 상속·증여세 부과 대상인 건 변함이 없다"며 "상속세 부담 경감 없이는 M&A형 기업승계 지원 정책의 효용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하며, 과세표준이 30억원이 넘는 상속재산에 최고세율 50%를 부과한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할증제도’가 적용될 경우 우리나라의 최고세율은 60%까지 올라 OECD 회원국 중 1위가 된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26%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