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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 언급
아연 제련은 매우 중요한 기술, 경영권 분쟁 관심있게 지켜본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시 해외 매각 불가능 전망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보유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업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을 두고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당일 최종 판정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으나,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다, 국가핵심기술 판단 여부가 간단치 않은만큼, 추후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번 국정감사 중 안 장관에 대한 질의도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심사 진행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이 담겨 있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지정 심사 중
7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박성민 국민의 힘 의원(울산 중구)의 질의에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 산업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고려아연이 가진 기술을 MBK가 가져가면 안 그래도 전구체 시장의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철금속이나 이차전지 소재 산업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서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산업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해 "민간 기업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때문에 이번 안 장관의 발언이 정부의 개입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종료 후 안 장관은 민간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경영권 분쟁 발발 후에 뒤늦게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해 논란되기도
지난달 24일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자사가 보유한 2차전지 소재인 전구체 가공 기술에 관한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시작하고 나서야 뒤늦게 산업부에 판정 신청서를 제출한 점에 대해 논란을 제기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해당 기업의 해외 매각이 어려워지는만큼, 사실상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탈취를 차단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로 간주될만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제서야 지정 신청을 한 점을 두고서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4일 산업부의 심사에서도 당일 판단이 이뤄질 경우 자칫 경영권 분쟁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청에서 지정까지 2~3개월이 걸리는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도 “이차전지 소재 기술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핵심기술 지정 신청을 준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기술은 황산니켈을 가공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전구체를 만드는 특허로 국가핵심기술은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민경제 발전 등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에 대해 특별히 지정된다. 현재 반도체·원자력·철강 등 13개 핵심 분야의 76개 기술을 산업부가 지정해 관리하는 중이다.
해외 매각 가능성? MBK 김광일 부회장, "중국 업체 매각 안 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9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추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10년을 보고 있습니다. 어떤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며 고용 창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고려아연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수도 없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MBK가 과거 국내기업 인수를 추진하며 했던 약속 대부분은 경영권 확보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3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 ING생명 임직원 등에 회사를 약 10년 이상 보유하며 장기적으로 경영하고, 인워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구두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 6개월만에 조직 쇄신이라는 명분 아래 임원 32명 중 18명을 내보냈고, 평직원 3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어 재매각 금지 기간 2년이 끝나자 마자 안방보험 등 중국 업체들에게 매수를 타진하다 4년 만에 지분 40% 매각, 2018년에는 잔여 지분을 신한금융지주에 넘긴 바 있다.
사모펀드의 경영 특성상 매각을 통해 차익을 남겨야 하는만큼,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결국에는 매각 절차가 이뤄져야 하고,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영품그룹이 2대 주주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은만큼, 국내 대기업보다 해외의 또 다른 사모펀드에 매각해 차익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MBK의 출구 전략이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