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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핵심기술' 카드 손에 쥔 고려아연 MBK파트너스 수익 실현 계획에 제동 걸릴 듯 "판도 뒤집자" 고려아연, 주주 친화 정책 펼치며 '표심 잡기' 총력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최근 MBK파트너스의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 경쟁 열위에 놓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국가 핵심기술 지정으로 경쟁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고려아연, '해외 M&A 방어 수단' 획득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의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9월 24일 산업부에 자사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의 국가 핵심기술 해당 여부에 대한 판정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 정부는 해당 기업의 M&A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인수 금지 또는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상황 변동 가능성은?
시장에서는 이번 국가 핵심기술 지정에 따라 지분율 경쟁에서 밀린 최 회장 측에 활로가 생겼다는 평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NH투자증권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고 ‘자유재량매매(CD, 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매수를 요청, 고려아연 보통주 28만2,366주(1.36%)를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6.68%까지 높아지게 됐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지분에 기존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영풍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 등을 더하면 MBK·영풍 연합의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39.83%까지 상승하게 된다. 차후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면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4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한층 벌어진 셈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국가 핵심기술' 카드를 손에 넣음에 따라 분쟁 흐름이 변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장기적으로 경영권 확보 뒤 재매각을 추구하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수익 실현 계획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핵심 국가 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주 마음 잡아라" 고려아연의 전략
최 회장 측은 이 밖에도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뒤집기 위해 지분 경쟁 외 부분에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 친화 정책을 쏟아내며 소액주주와 일반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고려아연 측은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을 통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사회의 다양성 제고 및 주주 소통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먼저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또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감 없이 경영진에 전달하는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소액주주의 보호 및 참여와 더불어 주주 환원 정책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담을 계획이다. 아울러 주주들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분기 배당을 도입한다.
이와 더불어 최 회장은 해당 기자회견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관련한 모든 우려를 수용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증권신고서 정정부터 철회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검토를 거쳤고, 최종적으로 오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와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를 결의하기로 했다”며 “향후 지배구조 개선, 혁신적인 주주 친화 정책 도입 등으로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