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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 10兆 투입, 반등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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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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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외국인 5조원 던지며 급락세
10조원 매입 후 3조는 소각, 7조는 활용 방안 논의
시총 3%에 달하는 규모, 단기적 투심 회복 기대 확대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주가의 단기 반등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함께 뒤따른다.

'4만전자' 다음날 '10조 자사주 매입' 발표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우선 3개월간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장내 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 규모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단기 반등 포인트가 될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닷새 연속 밑돈 뒤 단행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결정은 2015년과 2017년 이후 세 번째"라며 "201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후) 주가는 단기 상승세를 시현하며 반등 계기로 분명히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반등 재료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앞서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 상승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말 11조4,000억원, 2017년 초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2017년의 경우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이후부터 주가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며, 9개월여 만에 50%가량 상승한 바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자사주 매입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5만원의 하방 지지선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15년이나 2017년의 특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보다는, 2014년의 주가 안정을 위한 자사주 매입 결정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주주환원책보다는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에 달려 있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믿음도 회복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성장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정책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방 지지선 형성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이라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PBR이 1배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를 포함해 총 6번(2008년, 2011년, 2014년, 2015년, 2018년)이다. 과거 5번 모두 PBR이 1배 밑으로 떨어진 지 2~3개월 이내에 1배를 회복했다. 2008년과 2011년에는 한 달도 안 돼 PBR 1배 이상으로 올랐다. 주가 저평가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얘기다. 올해는 지난달 2일부터 PBR이 1배 밑으로 떨어졌다. 과거 주가가 떨어졌다가 회복됐던 복원력을 감안하면 지금이 주가 바닥에 가까운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삼성전자 주가의 저평가는 외국 경쟁 기업과 비교해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79조1,000억원과 9조7,800억원이다. 반면 대만 TSMC는 각각 7,597억 대만달러(약 32조7,000억원)와 3,253억 대만달러(약 14조원)이다. 매출은 삼성전자가 더 크고, 순이익은 TSMC가 4조2,000억원가량 더 많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319조원으로 TSMC(약 1,155조원)의 28%밖에 안 된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TSMC가 30.2배로 삼성전자(11.4배)의 거의 3배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버는 돈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 자산 가치와 주가를 비교한 PBR 역시 TSMC가 6.73배로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향후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직면한 지배력과 관련한 문제는 △4조원 이상의 상속세 납부 부담 △여당의 스탠스인 금산분리 강화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 △2015년 이재용 회장의 경영 불승계 선언 등인데, 이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일부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총수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실행한 주식 담보 대출 조건 유지를 위해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홍라희 여사 기준 5만8,300원 △이부진 사장 6만3,100원 △이서현 대표 5만8,700원을 상회해야 한다. 하지만 저지선인 5만원이 뚫리면서 향후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감소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매입과 매각은 별개 "10조 모두 소각해야"

다만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이 단기 반등 재료 이상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간 비슷한 종류의 이벤트 이후 주가는 단기 반등을 소화했지만, 결국 중장기 주가의 상승폭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였다는 것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내년 6세대인 HBM(고대역폭메모리)4 주도권 확보를 통한 시장 조기 진입과 DDR(더블데이터레이트)4, DDR5 등 범용 메모리 재고의 뚜렷한 감소세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사주 매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전량 소각으로 이어져야만 장기적 주가 상승 여력이 힘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일 전량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백기사에게 넘기거나, 주가 상승 시 시장에서 처분할 경우 본래의 목적과 달리 향후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에만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7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의와 관련한 논평에서 금년 내에 10조원 모두 매입해 즉시 소각하기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약 104조원(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에 달하고, 영업활동을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매년 60조원을 넘는 만큼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소각 여력이 상당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차기 이사회에서 삼성전자 이사회가 10조원 자사주 연내 매입·소각, 매년 시총의 3~4% 자사주 매입소각, 밸류업 계획 연내 공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CEO 승계 계획, 나스닥과 한국 주권 동시 상장 등을 논의하고 결의할 것을 권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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