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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저축銀 단기 연체 7,000억 훌쩍 가파른 금리 인상→부실 차주 급증 자본력 확대 한계, 중소형사 전망 ‘암울’
저축은행 단기 연체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침체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기 연체는 연체 일수가 30일을 넘지 않는 연체 대출로, 추후 부실채권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기 연체, 2022년 이후 꾸준히 증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9월 말 기준 단기 연체 금액은 7,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6,189억원에 비해 1,218억원 불어난 수치다. 저축은행 단기 연체는 2018년 2,634억원에서 2021년 2,22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한 2022년 4,53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뛴 바 있다.
팬데믹 종료 후에도 이 같은 단기 연체가 증가세를 거듭해 온 배경으로는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이 지목된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부실 차주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1년 7월까지 0.5% 이하에 머물던 국내 기준금리는 같은 해 8월 0.75%로 오른 이래 계속해서 상승하며 올해 10월 전까지 3.5%에 달했다.
높은 기준 금리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서민에게 내주는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신용평점 701~800점 구간의 차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021년 3분기 7.88~17.3%에서 올 3분기 11.14~18.24%로 뛰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중·저신용자 차주들의 상환능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금리 인상 시작 시점에 1년 만기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기 연체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연체액의 급증이 부실채권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통상 30일 미만 단기 연체는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연체 규모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향후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분류돼 부실채권이 되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 이자를 못 갚는 초창기 연체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짚으며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저축은행은 위험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줄줄이 신용등급 하락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이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저축은행의 신용등급 하락 사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하나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A로 부여하면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나저축은행이 대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한신평의 판단이다.
하나저축은행의 기업여신 중 약 30%가 부동산 PF와 사업자모기지론 등 고위험 대출인 데다, 나머지 약 70% 또한 부동산담보대출인 탓에 미회수 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의 약 62%는 후순위 채권인 탓에 그 위험성이 더 높게 평가된다. 빠르게 악화하는 하나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도 한신평의 판단에 힘을 싣는다. 하나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말 1.5%였지만, 올해 6월 말 33.9%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기업여신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1.7%에서 16.5%로 뛰었다.
하나저축은행 외에도 BNK저축은행(A/안정적→A/부정적), KB저축은행(A/안정적→A/부정적), NH저축은행(A/안정적→A/부정적) 등이 줄줄이 신용등급 하락을 맞았다.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총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소위 ‘상위권’ 저축은행이다. 특히 하나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산이 각각 2조6,900여억원, 2조5,400여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선다. 업계 순위는 9위, 11위에 해당한다. 상위권 저축은행도 건전성 악화를 피해 갈 수 없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우량 모기업 없으면 자본력 확대 어려워
다만 이들 저축은행은 지금과 같은 PF 부실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과 비교했을 때 부동산 PF 규모가 감소했고, 자본력도 확대돼 아직은 자본력 대비 PF 부담이 낮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과거 대비로는 낮은 수준이며 정부의 부실채권 매각 압박 등으로 안정화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나은행 산하의 하나금융연구소도 ‘또 한 번의 위기 속 회복을 모색하는 저축은행’ 보고서에서 저축은행 신용등급 하락과 관련해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보고서는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저축은행 업계는 과거 대규모 부실 사태 이후 가계대출 규제, 신용공여 한도,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등 건전성 강화 노력으로 주요 지표가 개선되며 과거 대비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자본력 확대가 우량한 모기업이 있는 일부 은행계 저축은행에만 국한된다는 점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품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모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계 저축은행 등 대형사는 어려운 시기를 금방 탈출할 수 있겠지만, 모기업의 지원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는 힘든 상황”이라며 “업계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대형사를 중심으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