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中 주요 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 발생 美 증시는 글로벌 자금 끌어모아 트럼프 '관세 장벽'에서 기인한 변화, 中 활로 어디에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기록적인 규모의 자금 유출이 관찰됐다. 중국의 어두운 경제 성장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국 관세 압박 등 악재가 누적되며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면받는 中 ETF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중국 라지캡 ETF(티커명 FXI)에서는 지난주에 9억8,400만 달러(약 1조3,2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FXI는 FTSE 중국 5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중국 ETF로 이날 기준 순자산총액(AUM)이 83억 달러에 달한다. 징둥닷컴,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는 크레인셰어스 CSI 차이나 인터넷 ETF(KWEB)에서도 같은 기간 7억1,000만 달러(약 9,875억3,900만원)가 빠져나갔다.
대규모 자금 유출의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소비자 지출을 효과적으로 증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냈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내각 인사들이 예고한 미국의 추가 관세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 주식에 대한 의견을 '비중 축소'로 조정했고, 골드만삭스는 MSCI 중국 지수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매크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MSCI 차이나 지수는 10월 기록한 연고점(10월 7일·7803.05) 대비 15.74% 하락해 이날 6574.97에 마감했다.
美 증시에는 '뭉칫돈'
중국 증시에서 자금이 줄줄이 유출되는 반면, 미국 증시에는 오히려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금융리서치 회사인 EPFR 자료를 활용해 지난 7~13일 미국 ETF 및 뮤추얼펀드에 약 560억 달러(약 77조8,900억원)가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주간 기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은 특히 금융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회사의 자금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한 것이다. 7~13일 금융 관련 ETF에 유입된 금액만 40억 달러(약 5조5,600억원) 이상이다.
미국 중·소형주 투자 흐름도 거세다. 차후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Fed)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중·소형주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지수형 ETF 중 중·소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아이셰어즈 러셀2000’(IWM)에는 같은 기간 55억5,320만 달러(약 7조7,200억원)가 몰렸다. 이는 주간 기준 최대 순유입액이다.
중국의 '관세 장벽' 대응책은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업계는 중국이 내놓을 대(對)중국 '관세 폭탄' 대응책에 주목하고 있다. 현시점 중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으로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도가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중국이 보유한 7,340억 달러(약 1,020조9,2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 대부분을 처분할 경우 글로벌 금융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채권 시장에 공급량이 늘어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수익률(금리)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시중금리가 치솟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흑연의 수출을 통제 중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중요 원자재 약 20종의 주 생산국이기 때문에 (반격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이 풍부하다"며 "다만 무역 상대국들이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로 여기지 않고 공급망 다각화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벌어진 이후 '반(反)외국제재법',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등 새로운 법과 규정을 도입,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제재를 가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집권 1기 무역전쟁 때는 미국에 허를 찔렸지만, 지난 8년 동안 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등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