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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보조금 줄였다" 쌀 과잉생산 악순환 끊어낸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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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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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쌀 재배 보조금 폐지하며 감산 유도
밥쌀 대신 사료용 쌀 등 전략작물 생산 장려
올해 이례적 '쌀 품귀' 현상 발생

일본의 쌀 생산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쌀 재배 시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고, 사료용 쌀 등 전략작물 생산 농가 지원을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한 결과다.

일본의 '쌀 감산' 정책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쌀 생산량은 눈에 띄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 기준 1970년 약 1,200만 톤 수준이었던 쌀 생산량은 2023년 660만 톤 수준까지 급감했다. 2022년 일본에서 생산된 쌀의 소비량 대비 재고량은 약 12%다. 같은 기간 한국의 쌀 소비량 대비 재고량은 34.7% 수준이었다.

일본의 쌀 생산량이 감소한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량 조절 정책이 있다. 앞서 일본은 2004년을 기점으로 쌀 정책 방향을 전면적으로 변경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농가에 생산 수량 목표를 배분하는 '정부 주도'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 정책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정부 차원의 쌀 생산 수량 목표를 수립하는 대신 각 지자체와 생산자들이 협의를 통해 생산량을 결정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쌀 감산을 유도하기 위해 쌀 재배 시 지급하는 보조금을 축소했다. 2014년 변동직불금(목표 가격 미달 시 차액 일부 지급)을 폐지한 데 이어 2018년 고정직불금(재배 면적당 주는 보조금)도 없앴다. 정부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자 쌀 재배 면적은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그간 국가 재정으로 유지되던 쌀값이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쌀의 상대적 수익성은 1970년 10아르(a)당 4만3,102엔(약 40만원)에서 2020년 3만4,500엔(약 32만5,000원), 2023년 2만9,000엔(약 27만3,000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사료용 쌀' 재배 급증

일본 농업 시장 내 정부 보조금의 영향력은 '사료용 쌀'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의 사료용 쌀 재배는 1971년 ‘감반정책(減反政策)’ 발표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쌀 경작지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생산조정제의 일환으로 사료용 쌀에 눈을 돌렸다. 사료용 쌀은 오랫동안 밥쌀 농사를 지은 농가의 생산 전환을 유도하기 용이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시 사료용 쌀 정책은 생산 단가와 농가 소득 문제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일본 정부가 사료용 쌀 재배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08년 1,000㏊에 불과했던 사료용 쌀 재배 면적이 이듬해 4,000㏊, 2010년 1만5,000㏊, 2011년엔 3만4,000㏊로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18년 일본 정부는 ‘논 활용 직접지불교부금’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 사료용 쌀 재배를 추가적으로 독려하고 나섰다. 논 활용 직불금 제도는 사료용 쌀, 쌀가루용 쌀 등 전략작물을 생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확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사료용 쌀과 가루쌀에 지급되는 논 활용 직불금은 기존 8만 엔(약 75만5,000원, 10a당 기준)에서 단수에 따라 최대 10만5,000엔(약 99만원, 지방자치단체 직불금 별도)으로 인상됐다. 직불금 인상의 영향으로 2013년 2만2,000㏊ 수준이었던 사료용 쌀 재배 면적은 2022년 14만2,000㏊, 2023년 13만4,000㏊까지 확대됐다.

쌀 품귀 현상 빚어지기도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무조건적인 밥쌀 감산 정책에 대한 우려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일본에서 이례적인 밥쌀 품귀 현상이 발생하며 시장 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 CNBC는 “일본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심한 쌀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미 농무부(USDA)는 보고서를 통해 “올여름 내내 일본의 쌀 수요가 생산을 앞지르면서 슈퍼마켓의 쌀 진열대가 텅 비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쌀 재고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쌀 품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감산 정책 및 작황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꼽힌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3년 쌀 생산량은 660만 톤으로 전년(670만t) 대비 9만 톤(1.3%) 감소한 반면 쌀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주식용 쌀 수요는 702만 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1만t(1.6%) 늘었다.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51만 톤이나 부족한 셈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쌀 부족 현상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초밥과 기타 쌀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일부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1,78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7월에는 33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일본 관광 통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식품·농업 은행 라보뱅크의 수석 분석가 오스카 차크라는 일본 관광객의 쌀 소비량은 지난 2022년 7월~2023년 6월 1만9,000t에서 2023년 7월~2024년 6월에 5만1,000t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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