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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핵심 광물의 미국 유입 우회로까지 차단 미 정부, 핵심 원자재 대중 의존도 축소 나서 자국 내 리튬 광산 개발 허가 조치도
미국 정부가 브라질에 있는 니켈 및 코발트 광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대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한 가운데 대체 수입 경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맞불을 놓는 등 미중 패권 경쟁이 더욱 거칠어지는 형세다.
미 IDFC, 최대 5.5억 달러 대출 검토 의향서 전달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민간 광산 개발업체 브라질리안니켈은 미국 연방정부 산하 기구인 국제개발금융공사(IDFC)로부터 '피아우이 니켈 프로젝트(PNP)'에 대한 금융지원 의향서(LOI)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출 규모는 최대 5억5,000만 달러(약 7,850억7,000만원)로, 전체 PNP 자금조달 패키지의 40%에 달한다.
브라질리안니켈 측은 내년 초까지 이를 확정된 자금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다니엘 몽고메리 IDFC 인프라 및 핵심 광물 부문 부사장 대행은 “PNP는 브라질에서 중요한 광물 개발을 진전시키고 핵심 공급망을 다양화하며 지역 경제 성장을 촉진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PNP는 첫 10년 동안 연간 2만7,000t(톤)의 니켈과 900t의 코발트를 생산할 예정이다. 마크 트래버스 브라질리안니켈 최고경영자(CEO)는 “내년까지 완전 자금 조달을 완료하고 2028년 첫 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브라질리안니켈은 아일랜드의 산업용 금속업체 테크멧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테크멧은 전기차 산업과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광물을 생산, 처리, 재활용하는 자산에 투자한다. DFC는 테크멧에 1억500만 달러(약 1,503억원)를 투자한 2대 주주다.
중국의 '광물 무기화'
이번 결정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광물들을 대거 보유한 중국의 수출 규제에 대한 타개책이다. 지난 3일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안티몬·흑연 등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규제법을 내놨다. 앞서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추가 제재를 발표하자 주요 광물 수출 통제로 응수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수출통제법 등 관련 법률·규정에 따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고 확산 방지와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관련 이중용도 품목의 대미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대미 수출 통제 조치는 당초 예상보다 엄격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3국 기업이 중국에서 해당 광물들을 인수한 후 미국 기업에 이전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무역 정책에 맞서 보복 대응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와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며, 안티몬은 반도체·배터리·핵무기 등의 원료로 쓰이는 희소금속이다. 중국은 이들 광물의 주요 공급국이자 수출국이다. 미국이 2019∼2022년 수입한 게르마늄 중 54%가 중국산이었고, 작년 전 세계 저순도 갈륨 생산량의 98%도 중국산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조치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원천 통제하며 자원을 무기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美 정부, 中 광물 의존 탈피 가속
중국의 광물 무기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일 때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40% 이상 줄였다. 이 때문에 당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희토류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면서 공급망에 큰 혼란이 벌어졌다.
이번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에서도 중국은 광물을 무기로 사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대미 수출을 통제했고, 9월에는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안티몬과 기계 부품 제작 과정에서 절단·가공 등에 쓰이는 초경질 재료(텅스텐 카바이드, 인조다이아몬드 등)에 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이는 미국이 대체 광물 투자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다. 그간 미국 내에서는 핵심 자원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향후 수출규제 등으로 안보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 10월 미국 내무부가 호주의 채굴업체 아이어니어가 네바다주에서 추진하는 리튬 채굴사업에 대해 연방 허가를 발급한 것도 중국의 지배력 약화를 위한 전략이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양산 시 미국의 리튬 생산량은 현재의 4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연간 약 37만 대의 전기차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해당 광산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포드 자동차와 도요타 자동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리튬, 니켈 등 친환경 미래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데 연방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계획안에는 미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되는 핵심 광물에 대해 시장가격이 설정된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 있다. 에너지부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미래 선업에 필수적인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사슬 재편에 나선 정부의 행보에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