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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히든카드'로 부상한 롯데칠성음료 서초동 부지 롯데칠성 측 "당장의 부지 매각 없다" 2010년부터 진행된 재개발 논의도 성과 없어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롯데그룹의 유동성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부지가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핵심 카드'로 떠오르면서다. 다만 해당 부지의 재개발 논의는 2010년 개발계획안 제출 이후 10년 이상 정체 상태인 데다, 부지 매각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초동 부지'가 유동성 확보 카드?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칠성은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롯데칠성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부지가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 서초구 1322-1 일대에 위치한 4만3,438㎡ 규모의 땅으로, 과거 롯데칠성의 음료 공장이 들어섰던 곳이다. 이 부지의 장부가액은 4,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시장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부지라는 희소성을 고려해 예상 평가액을 4조원 수준으로 점치고 있다.
해당 자산은 그동안 롯데칠성의 신용도를 지탱해 왔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롯데칠성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 수준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이 보유 부동산의 실질 가치를 기반으로 수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롯데칠성이 토지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현시점 17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7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롯데그룹이 롯데칠성의 서초동 부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당 부지를 찾아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는 소식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롯데칠성 측은 당장의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재개발 논의 수 차례 결렬돼
최근 들어서는 롯데그룹이 해당 부지의 재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도 힘을 잃고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롯데그룹은 서울시에 서초동 부지의 개발계획안을 제출했으나 공공기여 확대, 개발 계획 내 민간 소유 부지 동시 개발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서울시는 3차례(2010년 6월, 2013년 11월, 2014년 2월)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지만 롯데그룹은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수정안 제출을 미뤘다.
이후 2015년 롯데자산개발은 해당 부지에 대한 사전협상 제안서를 재차 서울시에 제출했다. 제안서에는 서초동 부지에 연면적 약 36만7,000㎡, 47층 규모의 도심 랜드마크 건물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종전 55층 수준이었던 계획 층수는 47층으로 낮췄으며, 개발 부지 규모는 3만7,266.6㎡(실사용 대지 3만2,212.48㎡)로 기존보다 약 6,100㎡ 확대했다.
롯데는 개발에 필요한 용적률을 확보(400%→800%)하기 위해 해당 부지의 지정용도를 현재 2·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 및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에 따르는 공공기여(기부채납) 비율은 일부 기금 출자를 포함해 40.95%로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계획은 건물 층수와 인근 부지 공동 개발 등의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무산됐다.
롯데그룹은 여전히 '관망세'
두 차례의 개발 계획 무산 이후 진척이 없던 서초동 부지의 재개발 논의는 지난 2022년 3월 서울시의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을 통해 재차 힘을 얻었다. 서울시는 서초역에서부터 교대역을 거쳐 강남역에 이르는 서초대로 일대 59만6,277㎡를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구역을 토지 소유 현황에 따라 롯데칠성 부지(4만2,312㎡), 라이온미싱 부지(5,363㎡), 삼성 부지(5,305㎡) 등으로 세분화했다.
당시 롯데칠성 부지는 서울시 사전협상대상지로 선정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사전협상제도는 민간사업자가 5,000㎡ 이상 부지를 개발할 때 도시계획 변경의 타당성과 개발의 공공성·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민간과 공공이 사전에 협의하는 제도로,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서초동 부지의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이후 현재까지도 해당 부지의 재개발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크게 늘었고,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부담도 상당한 상황"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롯데그룹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