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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임금 서프라이즈에 느려진 BOE 금리 인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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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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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3분기 임금, 예상치 상회
국채 금리 급등, 지난달 초 이후 최고
영란은행(BOE) 금리 인하 가능성↓ 
영국 전년 대비 임금상승률 추이/출처=영국 통계청(ONS)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3분기 임금이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임금 상승률이 가속화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내년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영국 평균 주당 소득 5.2% 증가

1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가통계청(ONS)은 10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상여금을 제외한 평균 주당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 5.0%와 전년 동기의 4.8% 상승보다 큰 폭의 오름세다.

상여금을 포함한 급여 상승률도 전년 동기의 4.3%에서 5.2%로 뛰어올랐다. 특히 영란은행이 가장 면밀히 주시하는 민간 부문의 정기 임금 상승률이 4.9%에서 5.4%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애슐리 웹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지표는 영란은행의 초점을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경제 활동 둔화에 대한 우려로 전환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BOE 인하' 베팅 축소

임금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같은 날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도 일제히 상승했다. 길트 10년물 수익률은 17일 4.5286%로 전장 대비 8.34bp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초순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4.4616%로 8.64bp 상승했고, 30년물 수익률은 5.0491%로 6.44bp 높아졌다. 임금 서프라이즈에 투자자들이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축소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2025년 말까지 금리를 25bp(0.25%포인트)씩 단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영국 OIS(Overnight Index Swap) 시장에 반영된 내년 2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80% 부근에서 50% 후반대로 낮아졌다. 내년 2월 인하를 확신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아나 안드라데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연간 민간 부문 임금이 예상보다 크게 상승한 것은 금리를 점진적으로만 인하해야 한다는 현재 영란은행의 컨센서스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RSM UK의 토마스 퓨 이코노미스트도 “상여금을 제외한 임금 상승률이 5.2%로 급등한 것은 19일 금리 인하 가능성에 또 다른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영국은행 금리정책위원회(MPC)가 내년에 분기당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강력한 임금 상승과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해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번 지표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한 바 있다. 경제 전망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의 올해 10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경제가 위축된 것으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영국 통계청은 서비스 부문이 정체되고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런던증권거래소(LSE)

런던 증시 기업 순유출, 2009년 이후 최대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노동 단가 상승으로 당장의 금리 인하는 미뤄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 규제 및 연금제도를 개혁해 자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려는 영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런던 증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 또는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88개, 신규 상장한 기업은 18개였다. 2009년 이후 최대 기업 순유출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100개 기업 지수인 FTSE100 중 2020년부터 런던에서 빠져나가 해외에서 상장한 기업은 총 6개다. 총 시장 가치는 2,800억 파운드(약 507조4,000억원)로, 전체 규모의 14%에 달한다.

영국 기업들이 이탈하는 원인으로는 북미 시장 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풍부한 투자 자금 등이 꼽힌다. 일례로 최근 뉴욕 증시로 이전 상장한 영국 장비렌트기업 애쉬테드와 2022년 이전한 배관장비 유통업체 퍼거슨엔터프라이즈는 영업이익의 각각 98%, 99%를 미국에서 냈다. FTSE100에 속한 기업 중 미국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는 기업만 9개사에 이른다.

영국 증권중개업체 필헌트의 찰스 홀 리서치책임자는 "영국 시장이 점점 더 세계화되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기업이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 한 은행 임원도 "내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큰 자본 시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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