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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거얼그룹이 74억 위안에 인수
전자상거래·클라우드 남기고 적극 매각
침체한 시장, 짙어지는 사업 불확실성
중국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7년여간 운영해 온 인타임백화점을 매각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유통 사업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힘써 왔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패를 맛보게 됐다. 심각한 내수 부진에 중국 정부의 기업 옥죄기까지 강도를 높이면서 시장은 혹한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야심 찬 오프라인 도전, 실패로 막 내려
18일 중국 제일재경신문은 알리바바가 보유 중이던 인타임백화점 지분 전부를 패션 기업 야거얼(雅戈)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매각 대금은 74억 위안(약 1조5,000억원)으로, 알리바바는 이번 매각에서 93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매체는 추산했다. 매각은 중국 당국의 승인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초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52억 홍콩달러(약 1조원)를 들여 지분 28%를 사들이며 인타임 백화점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2017에는 지분율을 74%까지 확대하며 지배주주로 올라섰고, 인타임 창업자 선궈쥔과 함께 26억 달러(약 3조8,000억원)를 들여 인타임을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해 업계 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의 경쟁 심화와 중국의 심각한 내수 부진 등 영향에 따라 알리바바는 백화점 사업을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전체 사업을 6개로 분리 재편하고, 중국 온라인 판매를 제외한 사업 부문은 외부 자금 조달 및 기업공개(IPO)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알리바바는 핵심사업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사업부의 지분 투자를 회수하고 있으며, 일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등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번영의 도시’ 상하이도 소비 자제
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부진은 비단 알리바바만의 고민이 아니다. 1선 대도시인 상하이에서도 문을 닫는 대형 상업단지가 속출하는 등 중국 오프라인 유통 업계 전반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국 상하이 도심인 난징시루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메이룽진 플라자는 지난 8월 쇼핑몰 전체를 문 닫았다.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 1곳만을 남겨둔 채 문을 닫은 메이룽진 플라자는 영업 재개 일정을 따로 밝히지 않은 채 무기한 휴업 중이다.
메이룽전 플라자의 휴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불과 두 달 전 인근에 위치한 일본계 백화점 이세탄 또한 폐점했기 때문이다. 1997년 문을 연 이세탄은 오랜 시간 상하이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폐점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상하이엔 미래가 없다”는 말까지 떠돌았다. 이세탄 백화점은 중국에서 한때 6개 지점을 운영했으나, 올해 상하이 지점 영업 종료로 톈진에 단 1곳만을 남겨두게 됐다.
사업 불확실성 커지자 중국 등지는 기업 잇따라
여기에 중국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회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탈(脫) 중국 행렬은 한층 속도를 높였다. 지난해 4월 도입된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모든 정보의 해외 전송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적용 범위는 국가 안보 및 이익에 관계된 문서, 데이터, 자료, 물품 등 다양하며, 이를 위반하는 외국인은 추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침체한 중국 시장에서 사업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셈이다.
앞서 언급된 일본계 이세탄 외에도 대만계 타이핑양, 프랑스 프렝탕 등 백화점들이 연이어 중국을 떠났다. 또 미국계 리테일 업체 월마트, 프랑스계 까르푸 등 대형 할인 체인점도 대도시 매장을 폐점하는 등 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중국 시장조사시관 이란상예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최소 6,882개의 상점이 폐업했다”며 “월마트, 까르푸 등 대형 유통체인과 미쉐빙청 등 식음료 프렌차이즈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이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을 폐쇄하는 외국 기업도 늘었다. 닛산은 지난 6월 장쑤성에 위치한 창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연간 생산능력이 13만 대에 달하는 창저우 공장은 닛산 중국 총생산량의 10%를 차지하던 곳이다. 닛산은 해당 결정이 “자사의 중장기적 전략과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내부 생산 능력 및 자원 최적화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 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혼다 역시 중국 합작법인 직원 감축을 단행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와의 합자회사인 상하이 안팅 제1공장의 생산을 종료했다.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견제가 실업자를 양산하고, 시장 침체를 가속하는 결과만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