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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협의체 주도권 확보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트럼프 취임 고려한 행보 美 의회도, 트럼프 재선 성공 아후 우크라 지원에 미온적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 군사 지원 체계가 미국 중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으로 재편된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는 가운데, 나토가 선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및 훈련 담당기구(NSATU)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군사 지원의 주도권을 쥔 것이다.
NSATU 본격 가동
1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관련 소식통 1명을 인용, 독일 중부 헤센주 비스바덴의 미군 기지에 본부를 둔 NSATU가 700명 규모로 완전히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NSATU는 지난 7월 나토가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국의 군사 지원 효율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구성한 조직이다.
NSATU는 미국으로부터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방안을 결정하는 협의체의 주도권을 넘겨받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 50개국의 군사 지원은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람슈타인 그룹)이 조율해 왔다.
'트럼프 리스크' 고려했나
로이터는 나토가 나토에 대해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지원 절차를 보호하기 위해 NSATU를 가동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월 선거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원하는 뭐든지 하라고 부추길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도 나토의 방위비 지출 확대를 촉구하며 ‘거래적 동맹관’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8일 공개된 미 NBC 대담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해온 유럽 군사 동맹인 나토에 미국을 계속 두지 않겠다”며 “그들이 청구서를 제대로 지불한다면 나토에서 미국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는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미국으로부터 많은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아마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를 줄일 경우 NSATU 가동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대부분을 주도해 온 만큼, 미국의 지원 공백이 발생할 경우 NSATU 역시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의회도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
한편 미국 의회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연말 패키지 예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24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금을 포함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지만, 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양당 의원들은 진지하게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은 지난달 말 의회에 보낸 3개월짜리 임시 예산안(CR)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24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유로 이미 승인된 지원금 중 상당 금액이 여전히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4월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예산으로 통과시킨 610억 달러(약 88조원) 규모 예산이 소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더 이상 어렵다는 인식이 의회에 자리 잡았으며, 의회가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루이지애나주)은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라며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인의 지시를 기다릴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