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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EU도 무역장벽 높인다” 中 견제 본격화 속 韓 수출길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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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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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 자국 우선주의 유사 정책 변화 예고
산업 경쟁력·경제 안보 강화에 집중
“한국 기업에 미치는 간접 영향 주의 필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서도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도 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U 2기 집행위, ‘바이 유러피안’ 정책 강화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폰 데어 라이엔 집권 2기 EU 통상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이끄는 2기 EU 집행위는 산업 경쟁력 및 경제안보 강화를 기조로 삼을 전망이다. 이달 출범한 폰 데어 라이엔 2기 집행위는 △경제 위축 △정치적 동력 약화 △대외경쟁 심화 △미국 트럼프 재집권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다. 1기 EU 집행위가 환경, 인권 등 '가치(Value)'를 중심으로 통상정책을 추진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기 집행위는 기존 2050년 기후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인 '그린딜' 정책을 '청정 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로 전환하고 친환경 기술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공고히 했다. 또한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통해 공공조달에서 역내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자동차·풍력 산업에서 친환경 철강 사용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규제, 역외보조금규정(FSR) 도입, 수출통제 및 투자제한 조치 등 정책도 강화할 계획이다. 역외보조금규정은 전통적 수입규제로 대응이 어려운 공공조달, 기업결합 등 분야에서 역외국 정부 보조금으로 인한 경쟁 왜곡을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기업의 EU 역내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 장벽도 높일 방침이다. 그간 EU는 미국과 달리 역내 제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 기업 투자에 상대적으로 개방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중국 저가 브랜드의 시장 잠식과 중국 투자 생산시설의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EU 내부에서 증가하는 형세다. 이에 2기 집행위는 중국 기업 투자 시 역내산 부품 사용, 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은 EU의 중국 기업 제재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EU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에폭시수지 사례처럼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피해를 본 현지 기업이 중국뿐 아니라 한국 기업을 함께 제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EU의 친환경 분야 투자 확대는 현지에서 대규모 공장 신·증설을 진행 중인 우리 이차전지 기업 등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투자 유인책과 더불어 역내산 원재료·부품 조달 요건도 함께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진출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거인 EU의 경쟁력 위기

EU 집행위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나선 건 현재 EU가 심각한 경쟁력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EU 경제 지표들은 우려스러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EU의 2023년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쳤는데, 이는 2022년 같은 기간의 4.1% 성장률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EU 경제 회복력이 예상보다 더욱 약하다는 의미다.

EU 경쟁력 약화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있었다. EU 집행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EU의 GDP는 무려 5.9% 감소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축이었다. 여기에 2022년 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 EU의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대비 자그마치 450% 폭증했다. 이는 EU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늘려 국제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중국과의 경쟁, 유럽의 경제적·사회적 안정성 약화

특히 미중 갈등에 따른 탈세계화 흐름은 EU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부각했다. 이는 수출의존도(GDP 대비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비중)가 높은 EU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EU 통계국 유로스탯(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수출의존도는 49.1%였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약 30%를 크게 넘는 수치다.

주요 EU 회원국 수준을 봐도 독일 47.4%, 프랑스 32.5%, 이탈리아 35.8%, 네덜란드 88.5%, 벨기에 87.1%다. EU 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의 수출의존도는 더욱 높은 수준이다. 룩셈부르크는 209.9%, 아일랜드는 135.9%에 달했다. 이런 높은 수출의존도는 EU 경제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무역 성장 둔화가 EU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과의 자유 무역을 종전대로 고수할 경우 경제적 안정성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산업만 해도 유럽의 가장 중요한 제조업 분야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던 분야였으나 최근 그 우위를 중국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배터리 생산과 희토류 광물 공급망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자동차 부문은 EU 내 일자리의 6% 이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고임금 일자리가 대거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EU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들이 큰 지지를 얻으며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 속 BYD 등 중국 자동차기업이 독일 3사를 대체해 독일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경우 그 후폭풍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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