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구형 D램만 양산' 평가받던 中 업체 정부 지원-내수 수요 업고 시장 확장 DDR5 수준 떨어지지만 경쟁력 확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hangXin Memory Technologies, CXMT)가 야심 차게 출시한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메모리 칩이 삼성전자의 동급 제품보다 40%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DRAM 칩의 크기는 제조 비용, 전력 효율,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CXMT가 당장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해 분석 결과, 기술 격차 확인
1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CXMT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 아직 구세대 공정에 머물러 있다고 보도했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CXMT의 16Gb(기가비트) DDR5 메모리 다이 크기는 68.06㎟로, 삼성전자의 48.90㎟보다 약 40%나 크다. 해당 분석은 중국의 한 반도체 연구원이 직접 DRAM 모듈을 분해하여 얻은 결과다. 공식 자료는 아니지만, 실제 제품을 기반으로 한 분석이라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분석 결과는 CXMT의 기술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DRAM 제조에서 다이 크기 증가는 단순한 물리적 문제를 넘어선다. 다이가 클수록 웨이퍼당 생산 가능한 칩의 수가 줄어들어 제조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미세 공정을 통해 다이 크기를 줄여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CXMT의 뒤처진 공정 기술은 가격 경쟁력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4~5년 전 기술 수준
현시점 CXMT의 DDR5 메모리는 2021년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대량 생산한 초기 DDR5 제품과 유사한 수준이다. 즉 CXMT는 약 4~5년 전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2021년 당시 주요 DRAM 제조사들의 다이 크기는 66~72㎟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공정 미세화로 50㎟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CXMT가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시장 경쟁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도 현재 CXMT가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과 수율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CXMT가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CXMT 협력업체들은 DDR5-6000 메모리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성능 면에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전력 효율성과 비용 효율성에서의 차이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XMT가 DDR5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한 가격 인하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공정 개선 없이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정부의 자본 지원과 자국 물량을 등에 업고 생산능력(캐파)를 크게 늘리며, 3위 마이크론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XMT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캐파는 월 16만 장으로, 전 세계 캐파의 10%까지 올라왔다. 이는 마이크론에 이은 4위 수준이다.
올해부터 CXMT의 DDR5 생산 능력도 현재의 두 배인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업황에 위협적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기준 CXMT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15%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발 범용 D램 가격 하락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 전망에는 벌써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반도체 EBSI는 64.4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148.2 △3분기 125.2 △4분기 135.2 등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하로 급락했다. EBSI는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수출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구형인 DDR4뿐만 아니라 이보다 고성능인 DDR5까지도 약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 모바일, 서버 가릴 것 없이 모두 전 분기 대비 3∼1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동안 줄곧 강세를 보였던 서버용 DDR5가 지난해 4분기 3∼8% 가격이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DDR5는 아직 수준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이 훨씬 커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도 “하지만 손실을 보고 팔더라도 중국 정부가 지원해 주는 데다 자국 테크 업체들의 수요가 뒷받침돼 계속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