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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니오 매도자에 100배 차익 안겨줬다" 고려아연의 수상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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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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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 당시 밸류에이션 책정 '도마 위'
원아시아 투자 자금 'SM엔터 시세 조종'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사적 인맥 고려해 주먹구구식 투자 단행했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공개매수 등을 통해 과반 지분을 차지하지 못한 양 측이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론전에 힘을 실으면서다. 현시점 양측의 주요 쟁점으로는 고려아연의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회사 이그니오 인수,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관계 등이 거론된다.

MBK·영풍 "이그니오 매도자와 관계 밝혀라"

6일 MBK·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은 이그니오를 인수할 당시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을 책정했다"며 "최윤범 회장은 이그니오 인수 시 최대 1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 매도자와 관계를 알려달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투자는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결정이며, 최 회장과 매도자의 관계를 주주들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2년 설립한 페달포인트를 통해 같은 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그니오 구주 지분 100%와 신주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구주 인수 대금으로 치른 금액은 약 3억 달러(7월 거래분 주당 2,466달러 및 2,621달러, 11월 거래분 주당 2,708.7달러, 신주 제외)로 이그니오 초기 자본금의 100배를 웃돈다. 이그니오의 설립 초기 출자 자본금 총액은 약 275만 달러(주당 27.5달러) 수준이다.

이그니오의 설립일은 2021년 2월로, 이그니오 설립 초기 주주들은 회사 설립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100배 수준의 차익을 거머쥔 셈이다. 거래 당시 매도자 측은 이그니오 지분 47.5%를 보유한 1대 주주 MCC NFT 외에 Windchime Limited(5%), PCT Igneo Investor LLC(38.2%), 타르사디아 그룹(The Tarsadia Group LLC, 5.7%) 등 투자펀드 위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원아시아 투자 관련 의혹 재조명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투자 관련 의혹이 고개를 들자, 지난해 논란이 됐던 고려아연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관계도 재조명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아시아가 지난 2023년 말 기준 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고려아연이 90% 이상 출자한 펀드는 △코리아 그로쓰 제1호(94.64%) △저스티스 제1호(99.20%) △탠저린 제1호(99.38%) △그레이 제1호(99.64%) △하바나 제1호(99.82%) 등 총 5개에 달한다.

원아시아 펀드의 전체 약정액 규모로 보면 고려아연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원아시아 8개 펀드의 총약정액은 6,938억원이며, 이 중 고려아연 약정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7%(6,041억원)에 달한다. 특히 펀드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그레이 제1호, 하바나 제1호에 고려아연은 각각 1,100억원, 1,110억원을 출자했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자금으로 조성된 '하바나 제1호' 펀드가 2023년 벌어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원아시아가 하바나 제1호 펀드와 특수목적회사(SPC) 헬리오스 제1호 유한회사 등을 활용,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2023년 2월 SM엔터 지분 2.9%를 사들이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투자 자금 활용처 등도 의문

최 회장의 ‘사적 인맥’이 원아시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또한 시장 의구심을 높이는 대목이다. 원아시아의 지창배 대표는 최 회장과 학창 시절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원아시아 투자 당시 고려아연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견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 회장이 직접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원아시아 펀드로 유입된 고려아연의 자금이 본업과 무관한 곳에 '주먹구구식'으로 활용됐다는 점 역시 문제다. 당장 원아시아가 최초로 만든 코리아그로쓰 1호에 출자한 고려아연의 자금은 지 대표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아크미디어 전환사채(CB) 투자 및 인수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원아시아의 또 다른 펀드인 아비트리지 1호 역시 아크미디어의 CB 투자에 쓰였다. 고려아연의 투자금이 지 대표의 엔터 회사로 속속 모인 셈이다.

이 밖에도 원아시아 펀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적자 패션 플랫폼 자회사인 그레이고를 떠안고, 온라인 여행사인 타이드스퀘어 투자 실패로 고려아연에 수백억원대 평가손실을 안겼다. 사실상 고려아연에 이익이 된 투자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고려아연이 돈을 쉽게 투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 MBK·영풍 연합은 이 같은 주먹구구식 투자 행보를 고려아연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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