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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한파’ 중국 자본시장, IPO 성공 기업 1년 새 5분의 1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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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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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 본토 증시 IPO 수리 77건
증권당국 조사 대상 5%→25% 급증
‘큰손’ 글로벌 사모펀드도 이탈 움직임

지난해 중국 본토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이 1년 전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권당국이 IPO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감독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로, 올해 역시 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일부 중국 기업은 자국이 아닌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금을 끌어모으던 중국 IPO 시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 혼란 바로잡겠다는 당국, IPO 급감으로 이어져

7일 금융 데이터분석기관 초이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본토 증시 IPO 수리 건수는 총 77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414건의 IPO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무려 81%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은 IPO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한 해의 절반은 사실상 ‘개점휴업’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

거래소 및 시장별 IPO 현황을 살펴보면 제3 거래소인 베이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이 66개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커촹반과 선전 촹예반에서는 각각 6개, 2개 기업이 상장했다. 또 상하이·선전거래소 주반(메인보드)에는 각각 2개, 1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처럼 IPO 시장이 얼어붙은 데는 증권당국의 규제 영향이 크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3월 IPO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주 발행, 조회, 가격 책정, 배정 등 모든 측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가, 청약 과잉, 저가 집단화 등 시장 혼란을 바로잡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2023년 IPO 추진 기업 중 5% 수준이던 조사 대상은 지난해 25%가량으로 급증했다.

규제 강화로 중국에서 상장하는 기업 수는 줄었지만, 어려운 심사 문턱을 넘은 만큼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내실은 크게 향상됐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41개 신주의 평균 상승률은 137%에 달했다. 이에 대해 바이원시 중국기업자본연맹 부회장은 “지난해 신주 수가 급격히 감소해 상대적인 희소성이 부각됐다”고 진단하며 “신주 시장의 수익 창출 효과도 투자자들의 열의를 자극하는데 충분했다”고 말했다.

미국·홍콩 증시 우회 상장 낙관론 솔솔

그러나 자국의 높아진 증시 문턱에 주저하던 일부 중국 기업은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 상장한 기업들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 이들 기업의 엑소더스에 불을 지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자율주행 기업 위라이드는 첫날 공모가 대비 6.8% 상승한 주가로 산뜻한 출발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마르시아 엘리스 모리슨 포스터 공동대표는 “중국 본토 상장의 어려움과 주주들의 자금 압박으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상장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증시 입성 전 자국 증권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는 앞서 2021년 여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디추싱은 당시 중국 당국의 완전한 승인 없이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80억2,600만 위안(약 1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이며 결국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중국은 물론 미국 또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뉴욕 증시에 입성하려는 중국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디디추싱 이후 미국 증시에 입성한 중국계 대기업을 보기 어려워진 이유다.

홍콩 증시도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과 맞물려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연속 하락했던 항셍 지수도 지난해 20% 이상 급등하며 분위기 반전을 알렸다. 중국 자율주행기술 기업 호라이즌로보틱스는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10월 홍콩 증시에 이름을 올렸다. 상장 첫날 호라이즌로보틱스의 주가는 공모가 3.99홍콩달러에서 28% 상승한 5.12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했으며, 해당 건은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기업을 제외하면 홍콩에서 지난해 가장 큰 IPO로 기록됐다.

시장에서 올해 미국과 홍콩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르벤 라이 프레친 중화권 사모 자본 담당 부사장은 “중국 기업 중에서 첨단 기술에 집중하고 아직 수익성이 낮은 기업 사이에선 미국이나 홍콩 투자자들에게 더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정책의존도 높은 탓, 2025년 전망도 ‘먹구름’

이런 가운데 중국 IPO 시장은 올해도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차이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본토 주식 시장의 IPO 자금조달 규모는 680억 위안(약 13조4,3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68%가량 급감한 수준이자, 당초 예상치인 2,670억~3,170억 위안과 비교해도 한참 밑도는 수치다. 딜로이트차이나는 올해 전망치 제시를 유보하며 “중국 증시는 정책 의존도가 높아 지금과 같은 신규 상장 심사 강화 기조 아래서는 어떤 것도 속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에 자금이 묶인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국의 급성장을 기대하며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큰손’ 대부분이 초라한 성적표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블랙스톤, KKR, CVC, 베인캐피털 등 자금 모금 상위 10개 그룹은 지난 10년간 1,37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총 매각 금액은 380억 달러(약 55조원)에 불과했다. 단기간 내 신규 투자처가 쏟아질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이들 사모펀드는 중국 기업 지분을 여타 사모펀드 그룹에 매각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인도는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 최대 IPO 시장을 자랑하던 중국 자본시장이 급속히 위축한 틈을 타 재빨리 중국을 추월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증시에서 신규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310곳으로 2023년(234곳)에 비해 32% 이상 늘어났다. 상장 기업 수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며, 상장 지분 가치는 179억7,000만 달러(약 26조원)로 미국(423억9,000만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식품 배달 플랫폼 스위기,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상장한 결과다.

인도의 급부상과 관련해 하나금융연구소는 “인도는 정부의 상장 절차 개선 등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특히 소득 수준 및 구매력 증가에 기반한 소비재 부문과 정부 주도의 제조 및 인프라 부문을 중심으로 IPO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국내외 금융사는 인도 IPO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주요 유망 섹터 중심의 기업금융 포트폴리오 강화 등 현지금융 전략과 성장 기업을 담은 상품 발굴에 나서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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