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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무서웠으면" 드론 공포에 러시아 민가에 은신한 북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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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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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과 함께 나뒹구는 병사들
러시아 파병 북한군 3,800명 사상
드론에 속수무책, 우크라군 "13명 추가 사살"
러시아 쿠르스크 마흐노프카 지역 한 민가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가 주민들을 내쫓고 드론을 살피고 있다/사진=인폼네팜(InformNaplam) 텔레그램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일부 북한 군인이 드론(무인기)을 피하고자 주민들을 내쫓고 민가로 숨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북한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개활지라는 낯선 전장 환경과 드론이라는 생소한 무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총알받이'로 소모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군, 드론 피해 러시아 민가로 대피

7일(현지 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전하는 온라인 채널 인폼네팜(InformNaplam)은 텔레그램에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마흐노프카 주민들을 집에서 쫓아내고 그 집을 은신처로 삼았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드론으로 촬영된 이 영상을 보면 빨간색 옷을 입은 주민 두명이 집 밖으로 나온 뒤 북한군으로 보이는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곧 북한군으로 추정 인물은 주민들을 집 밖에 그대로 남겨둔 채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인폼네팜은 “(러시아) 노인들은 얼어붙는 추위에 방치됐다”며 “북한 군대는 주민들의 집을 보호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상 속 인물들이 러시아 관영 매체들이 주장하는 ‘부랴트인’이 아닌 북한군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영상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도 관련 영상을 봤으며 이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고 RFA는 전했다. 영상 속 마흐노프카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이곳에 파병된 북한군은 지난 3~4일 이틀 사이 1개 대대가 전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에 빨간 테이프(북한군 식별을 위한 표시)를 두른 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가 날아오자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 텔레그램

우크라군, 드론에 공격당하는 북한군 영상 공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사기가 떨어진 상태다. 북한군은 부랴부랴 감시 초소를 증설하는 등 드론 공격을 막아보려 애쓰고 있지만, 북한 병사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무기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눈 쌓인 전선에서 나무 사이 등에 숨어 있던 북한군 추정 병사들이 드론 공격에 쓰러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공중에서 찍은 영상 속에서 한 병사가 있던 자리에 돌연 공격으로 인한 섬광이 일자, 이 병사는 이내 옆으로 나뒹굴며 쓰러진다.

이 밖에도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 기관총이 눈밭을 향해 불을 뿜는 장면, 야간에 이뤄진 공격으로 전장에 화염이 연이어 터지는 장면 등이 담겼다. SSO는 7일 공식 텔레그램에서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13명을 추가로 사살했다”며 제8연대 소속 병사들이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5명을 사살하고 드론으로 8명을 추가 사살했다고 전했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전장에서 겪은 드론 공격에 놀라 경험담을 말하는 영상도 북한군이 느끼는 공포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친우크라이나 국제시민단체 엑사일노바(exilenova)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북한군 추정 남자가 “어 드론, 드론 계속 날아와 계속”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러시아군 추정 남자가 드론이 비행할 때 나는 소리를 입으로 내자 북한군은 “어.. 꽝 꽝”이라고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北 부상병 대부분 드론 공격 피해자

이처럼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감시용 드론으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감시 도중 사람 움직임이 포착되면 다량의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을 보내는 방식으로 북한군을 사냥하듯 공격한다. 먼저 공격개시선에 집결한 북한군을 대형 드론으로 폭격하고, 들판을 달리는 병력은 소형 FPV 드론으로 ‘원샷-원킬’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북한군은 지난달 초 쿠르스크 전선에 본격 투입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파병 병력 4분의 1을 잃었다.

현재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시내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병원 몇 곳을 북한군 전용 치료 시설로 지정하고 부상병을 집중 수용하고 있는데 이 병원에서 식별된 북한군 부상병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경미한 파편상 환자 혹은 팔다리가 잘린 중상자다. 전자는 주로 공격개시선에 있다가 드론 폭격에 당한 경우고, 후자는 팔이나 다리에 직접 드론 공격을 맞은 사례다. 그중 파편상을 입은 경상자는 간단한 치료 후 다시 전장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북한군은 대부분 쿠르스크에서 전사하거나 팔다리가 잘리는 불구가 돼야만 드론 지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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