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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으로 애널리스트 직군 축소 주니어급 일자리 대체 가능성 높아 AI 서비스 도입에 기술 인재 유치전
금융 업계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며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애널리스트들은 AI의 도입과 함께 입지가 줄어드는 반면, AI를 활용한 기술 인재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이 앞다퉈 기술 혁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금융 업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금융권, 애널리스트 인력 감축에 급여 삭감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지수 추적 펀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 분석의 가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주식 리서치 분야가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상장 기업 시장의 축소와 은행의 주식 리서치 비용 규제 강화 등도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JP모건 체이스 등 글로벌 은행들이 주식 리서치 분야에 인공지능(AI) 챗봇을 도입하는 경우도 늘어나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대형 은행들은 애널리스트 급여를 큰 폭으로 삭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급여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오랜 기간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발리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신입 애널리스트의 초봉은 올해 기준 연간 11만~17만 달러(약 1억6,000억~2억4,800억원)으로, 물가 인상을 고려하며 실제로 받는 돈은 최근 10년 동안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널리스트 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발리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15대 은행의 애널리스트 수는 10년 전 4,600명에서 올해 약 3,000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애널리스트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예전보다 2~3배 더 많은 기업들의 분석을 맡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위태로운 美 월가의 일자리, AI로 대체되는 애널리스트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AI가 월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AI가 월가 금융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며 "보통 인력으로 이틀 꼬박 걸릴 일을 AI는 단 몇 초 만에 끝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머지않은 주니어급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 커졌다. 금융 업무 중 기업 재무 분석 등은 AI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손쉽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AI가 일자리를 차지할 대표적인 일자리는 주니어급 투자은행 애널리스로 꼽힌다. 이들은 많은 시간을 소요해 기업 재무 분석을 주로 하는데, 그들보다 AI가 훨씬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BCG의 행동과학연구소의 줄리아 다르 소장은 "이 일들은 적어도 1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며 "이제 애널리스트가 덜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며 AI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뉴욕타임스는 월가 일각에서 주니어급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채용을 최대 3분의 2까지 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의 급여도 삭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이치뱅크의 크리스토프 레이벤사이프너 최고기술전략책임자는 "쉽게 말해 주니어급을 AI로 대신할 수 있다"며 "다만 사람의 개입은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 인재' 확보에 명운 건 월가
애널리스트와 달리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업계가 기술 인력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혁신 기술은 기존 금융 업무와는 전혀 다른 영역인 만큼 은행·증권사·사모펀드 등 가릴 것 없이 전 금융사들이 앞다퉈 인재 영입과 육성을 위한 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은 금융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핵심 키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은 AI 기술을 토대로 사업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년간 AI 시스템을 이용해왔으며 거래, 리스크 관리, 사기 탐지, 투자 연구 자동화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왔다. 또 고객 서비스, 자산 관리 및 운용 등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다양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보편화되고 있다. 단순히 상품 추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재무 목표, 위험 성향 등을 고려한 AI가 프라이빗뱅커(PB)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월가나 런던 금융계에서 AI 관리자 또는 AI 엔지니어링 관리자, 클라우드 보안 책임자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필요한 기술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이른바 ‘7자리 숫자(수백만 달러)’의 연봉도 과감히 제시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임원의 연봉은 200만 달러(약 27억 원)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 기반의 금융 상품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최대 65만 달러(약 8억 8000만 원)의 보수를 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