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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흔드는 AI 바람, 사라지는 애널리스트와 테크 인재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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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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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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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으로 증권가 애널리스트 직군 축소
특히 주니어급 일자리의 대체 가능성 높아
AI로 업무 효율 향상, 월가 총 순이익 증가

금융업계의 중심지인 월가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금융업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주식 리서치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인력 감축과 급여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글로벌 은행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함에 따라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애널리스트 인력 감축에 급여 삭감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지수 추적 펀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 분석의 가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주식 리서치 분야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상장 기업 시장의 축소, 은행의 주식 리서치 비용 규제 강화 등도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이어 JP모건 체이스 등 글로벌 은행들이 주식 리서치 분야에 AI 챗봇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어나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대형 은행들은 애널리스트 급여를 큰 폭으로 삭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급여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오랜 기간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발리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신입 애널리스트의 초봉은 올해 기준 연간 11만~17만 달러(약 1억6,000억~2억4,800억원)으로,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제로 받는 돈은 최근 10년 동안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널리스트 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5대 은행의 애널리스트 수는 10년 전 4,600명에서 올해 약 3,000명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애널리스트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남아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전보다 2~3배 더 많은 기업의 분석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AI, 효율성 높이지만 동시에 일자리 앗아가

AI가 대체한 대표적인 일자리로는 투자은행(IB)의 '주니어급' 애널리스트가 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보통 인력으로 이틀 꼬박 걸릴 일을 AI는 단 몇 초 만에 끝낸다"며 "향후 글로벌 IB의 주니어급 애널리스트 채용이 최대 3분의 2까지 줄고 이들의 급여도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AI가 월가 금융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최근 보고서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권의 최고 정보 기술 임원(CIO) 대상 설문조사 결과, AI가 금융업에 도입됨으로써 글로벌 은행들이 향후 3~5년 내 최대 20만 개의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하위 업무 종사자(백오피스)나 중간층(미들 오피스)이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고객 서비스 역시 봇이 클라이언트 기능을 관리함에 따라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BI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금융사는 씨티그룹,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을 망라하는데, 응답자의 4분의 1이 '5년 내 10% 수준'의 급격한 인력 감축을 예상했다.

다만 이 같은 감원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충분히 수익성을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증가시켜 금융사의 수익을 5% 이상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2027년 월가 금융사의 세전 이익이 12~17% 증가하고 이로 인해 월가의 전체 총 순이익이 최대 1,800억 달러(약 254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술 혁신 명운 건 월가, 테크 인재 확보 경쟁

이런 변화 속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은 AI 기술을 토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AI 시스템을 이용한 거래·리스크 관리·사기 탐지·투자 연구 자동화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 중이다. 고객 서비스, 자산 관리·운용 등 분야에서는 AI를 적용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이 보편화됐다. 해당 AI 서비스는 단순히 상품 추천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재무 목표, 위험 성향 등을 고려함으로써 프라이빗뱅커(PB)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처럼 AI 기술이 금융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면서 금융권에서는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은행·증권사·사모펀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금융사들은 앞다퉈 기술 인재 영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비롯한 디지털 혁신 기술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금융 인력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금융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다.

특히 월가나 런던 금융권에서는 AI 관리자 또는 AI 엔지니어링 관리자, 클라우드 보안 책임자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금융 업계 전반에 기술 인력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7자리 숫자(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과감히 제시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실제로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임원의 연봉은 200만 달러(약 29억3,800만원)에 이르며 AI 기반의 금융 상품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최대 65만 달러(약 9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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