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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촉발된 위기, 고령화에서 해법을 찾다” 보험사의 이유 있는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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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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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세대 증가→요양 서비스 수요 증가
요양업 진출 1호 KB라이프 성과 뚜렷
한발 빠른 日 보험사들, 요양 시장 장악

저출산 및 고령화로 성장 둔화에 직면한 생명보험사들이 신사업으로 요양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종신보험과 질병보험 등 과거 주력으로 하던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세가 꺾이고 수익률마저 떨어지자, 노년층의 건강 관리와 돌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요양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요양업은 시니어 세대 증가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KB라이프 필두로 줄줄이 시장 입성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해 출범한 시니어리빙 태스크포스(TF)를 최근 시니어Biz 팀으로 격상했다. 애초 기획실 내부 조직이었던 시니어리빙 TF가 정식 팀으로 출범하면서 삼성생명의 시니어 사업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국내 시장에서 본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 업계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KB라이프생명이다. 2016년 금융업계에선 처음으로 요양시설 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한 KB라이프는 2017년 문을 연 주야간보호시설 강동케어센터를 시작으로 2019년 위례빌리지, 2021년 서초빌리지를 연이어 개소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이 가운데 위례빌리지의 경우, 정원이 125명 수준이지만 대기자가 2,9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열띤 호응을 얻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올해 서울 은평과 강동, 경기 수원 광교 등지에 도심형 요양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KB골든라이프케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노인요양시설 5곳, 주야간보호시설 5곳, 주거복지시설(실버타운) 1곳 등 총 11개의 시니어 케어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선발 주자의 성과를 확인한 신한라이프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한라이프는 기존 헬스케어 자회사였던 신한큐브온을 시니어 사업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로 변경한 후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첫 장기요양시설 분당데이케어센터는 △치매 예방 뇌 건강 프로그램 △스마트 IT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맞춤형 건강식단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신한라이프케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시니어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가서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하나생명, NH농협생명 등이 요양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하나생명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연내 주간보호사업을 개시하고, 오는 2026년에는 서울 인근에 프리미엄급 요양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NH농협생명 또한 미래 사업 후보에 신사업추진단에서 요양 사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진입 장벽이 있긴 하지만, 수익성 도모라는 업계 전체의 과제가 있는 만큼 요양업은 돌파구와 같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보험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재무제표 위협하는 ‘장수 리스크’

보험사들이 요양업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 가이드라인,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업황이 악화한 탓이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 등 환경적 요인들 또한 생보사들의 ‘외도’를 부추겼다. 그간 생보사들은 예금 성격을 띤 저축성 보험과 사망 보장 보험인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인구가 줄수록 가입자(수익)는 감소하고, 수명이 길어지면 보험지급(지출)이 늘어나는 ‘장수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실시간 반영되면서 생보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생보사의 신규계약액은 243조9,458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302조7,699억원)과 비교해 20%가량 감소했다. 월평균 신계약은 19조6,473억원으로 그간 힘겹게 유지하고 있던 20조원 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보험사의 신규계약액 감소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원 감소를, 장기적으로는 자산 운용 기능의 약화를 의미한다.

수익원이 줄어드는 동시에 가입자들의 수명이 늘며 생보사의 자본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경험생명표에서 생명보험 가입자의 평균수명은 남성 86.3세, 여성 90.7세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보다 각각 2.8세, 2.2세 늘어난 수치로, 보험사 지출도 덩달아 커졌다. 2020년 13조1,216억원 수준이던 생보사 생존급여금은 2023년 16조2,826억원까지 치솟았다. 연금 수급을 개시한 가입자들이 오래 사는 만큼 나가는 지출도 늘었다는 이야기다.

생보사들은 노인 세대의 경제력이 꾸준히 향상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의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국내 고령자 근로소득은 2008년 연평균 45만5,000원에서 2020년 375만5,000원으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득도 약 700만원에서 1,558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 세대의 경제력 향상은 요양 서비스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3만1,000여 명 수준이던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자는 2027년 122만7,000여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같은 기간 시설을 통해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는 21만1,000여 명에서 27만8,000여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 사업에 뛰어든 생보사들이 시설 및 서비스 차별화에 주력하는 배경이다.

보험 업계 1·2위에서 요양 업계 1·2위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보험사의 요양업 진출이 훨씬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 일본 요양 시장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 위주로 전개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간 당국의 정책 변화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대기업들의 진출이 용이해 졌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던 보험사들은 요양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었고, 급기야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지난해 3월 보험개발원이 발간한 ‘일본 솜포케어 사례로 바라본 요양사업 성공요인’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요양 시장은 2000년 공적개호보험 도입을 계기로 본격 성장했으며,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00조원에 달했다. 일본 대형 손해보험그룹 솜포홀딩스의 자회사 솜포케어는 2015년 기존 요양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 단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는 시설규모 1위, 매출 2위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솜포케어의 성공 요인으로는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데이터·IT기술을 활용한 효율성 향상 및 사업영역 확장 △전국의 판매망 및 대기업 인지도 기반의 마케팅·입소율 개선 등이 꼽힌다.

2022년에는 일본 최대 생보사 닛폰생명이 장기요양업계 1위 기업인 니치이홀딩스를 약 2,100억 엔(1조8,900억원)에 인수하며 장기요양산업에 발을 들였다. 닛폰생명의 2022년 상반기 개인보험 신계약은 전년동기 대비 12% 감소했는데, 주력인 설계사 채널의 신계약 실적이 부진하며 위기감이 커졌다. 2021년 니치이의 요양사업 영업이익은 200억 엔 수준으로 닛폰생명의 전체 영업이익(6,000억 엔)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평균수명 증가와 고령화로 요양시장이 급성장 중인 만큼 그 이상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닛폰생명의 판단이다.

국내 요양산업은 일본과 시장참여자 구성 및 규제·제도 등 환경이 달라 성공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보험 업계와 마찬가지로 수익성 제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접근했다는 점, 보험사로서의 노하우와 신사업의 시너지를 도모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 하다는 게 보험개발원의 설명이다. 보험개발원은 “요양업무의 비효율적 프로세스를 개선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각종 IT 기술을 도입해 효율적 인력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전통적 요양서비스에 갇히지 않고 시설 대상 컨설팅, 토탈 케어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면 추가적인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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