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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주거나, 늦게 받거나” 中 비구이위안 해외 부채 구조조정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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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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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비용 연 6%→2%, 만기 최대 11.5년
오는 20일 홍콩 고등법원 청산 심리 예정
실적 개선 요원, 구조조정안 합의 미지수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7조원 상당의 해외 부채를 삭감하는 내용의 채무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조정안을 통해 청산 위기에서 벗어나고, 이른 시일 내 재무 건전성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채권자들과의 최종 합의가 불확실한 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기에 있어 위기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다.

현금 환매 위해선 원금 90% 삭감

13일 제일재경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 9일 ‘역외 채무 구조조정 및 경영 발전 최신 사항’을 발표하고 7개 대형 은행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와 합의에 성공해 부채 구조조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목표는 부채 116억 달러(약 16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이고 부채 만기 기간을 최대 11.5년으로 연장하며 가중 평균 차입 비용을 기존 연 6%에서 연 2%로 낮추는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해외 채권자에게 5가지 선택권을 제시했다. 우선 현금 환매를 택할 경우 원금의 최소 90%가 삭감된다. 또 강제전환사채(주식 전환 의무화 채권)를 선택하면 최종 만기일이 3.5년 연장된다. 채권 만기 연장(롤오버)과 부분 지분화를 동시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출자율은 원금의 67% 이내에서 가능하다. 이들 방안 외에도 채권 롤오버와 원금 35% 삭감을 선택하고 만기를 9.5년 연장하는 방안, 원금 감면 없이 채권 롤오버를 실시하고 만기를 11.5년 연장하는 안이 제시됐다.

비구이위안은 이와 같은 조정안이 성공할 경우 해외 부채를 기존 164억 달러(약 24조원)에서 116억 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차입 비용 역시 기존 연 6%에서 2%로 조정될 것이란 기대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차대조표 회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비구이위안 측은 “자구책 마련, 수익원 확충 및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판매 촉진, 자산 활성화 등 전반적 선순환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간 미뤄왔던 2023년 사업 보고서와 2024년 반기 보고서는 오는 14일 발표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산 심리 앞두고 진통 거듭

과거 중국 부동산 개발 시장 1위를 달리던 비구이위안은 2023년 10월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당시 비구이위안은 총 147억 위안(약 2조9,000억원) 상당의 국내 채권 9개를 만기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 채권에 대해서는 채권자들과 뜻을 모으지 못하며 1년 이상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지난해 2월에는 채권자 중 한 곳인 부동산 투자기업 킹보드홀딩스(에버크레딧)가 홍콩 고등법원에 비구이위안에 대한 청산을 신청하며 위기를 가속했다. 법원의 청산 심리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되면서 애초 지난해 4월 발표 예정이었던 비구이위안의 역외 채무 구조조정 방안도 거듭 늦춰졌다. 비구이위안에 대한 홍콩 고등법원의 청산 심리는 지난해 5월에서 9월로, 다시 올해 1월 20일로 연기된 상태다.

지난해 7월 호세 안토니오 모렐레 비구이위안 측 변호인은 “역외 채무 재조정은 복잡하고 규모가 크지만, 회사와 채권단 자문사 간 주간 및 격주 회의를 통해 일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역외 채무 재조정 방안을 제시하고 법원 승인을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정안에 원금 삭감과 주식 전환 등 다양한 선택지가 포함된 것은 비구이위안과 채권단의 협의에서 작지 않은 진통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비구이위안은 국내 채권에 대해서는 만기만 연장하는 방식으로 조율해 왔다.

“부실 털고 간다”는 중국 정부

다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비구이위안이 청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해외 부채 구조조정 방안의 통과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탓이다. 실제로 이번 조정안에 합의한 7개 은행 조정위가 보유한 비구이위안에 대한 채권은 총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비구이위안의 전체 해외 부채 중 10% 남짓에 불과하다.

채권단과 합의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이후 비구이위안이 남은 빚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 3,000개 이상의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계약 매출은 전년 대비 73% 급감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또한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침체의 타개책으로 구조조정을 꺼내 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규모 현금 지원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만큼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은 털어내고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한원슈 중국 공산당 재경위원회 부주임은 지난해 7월 3중전회 해석 기자회견을 통해 “3중전회 정신을 관철하려면, 부동산 발전 신모델 구축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부채·고회전·고레버리지’라는 폐단을 없애고, 인민의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안팎으로 튼튼한 집’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의 물리적 안전성은 물론 건설사의 내실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강경책의 배경에는 과거 추진했던 시장 활성화 방안이 대부분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중국 정부의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영난을 겪는 부동산 개발회사의 미분양 주택을 지방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전국 200개 도시 중 29곳만이 이에 응하며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지방정부가 매입한 임대주택은 전체 미분양 주택의 1.9%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 부주임은 “(중국의) 거시 경제 지표는 기대에 부합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지만, 일부 어려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유효 수요 부족, 일부 기업의 운영상 어려움, 일부 지역의 재정상 어려움 등은 우리 경제 회복세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고 지역, 산업, 기업 간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 정부가 ‘광명론(光明論)’을 강조하며 자국 경제가 순항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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